Page 12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정신문화 분과

이를 보면 군자국 사람들은 성품이 유순하고 겸양의 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衣冠帶劍, 食

獸使二大虎在旁”이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위의(威儀)와 의용(義勇)까지 아울러 갖추었다. 그
러므로 풍속이 순량(醇良), 온후(溫厚)하고 호양(好讓)의 풍도가 있는 이 나라에 ‘군자국’이라는 칭

호가 붙여진 것이라 하겠다. 여기서 이른바 ‘군자’니 ‘호양부쟁’이니 하는 말은 아무래도 유교와
관련이 깊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청구국의 ‘청’이 동방을 의미하고 동방이 ‘인(仁)’을 뜻하는 바와 같이 동방은 여러 가지 중
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아(爾雅)』에서는 “동쪽으로 해 뜨는 곳에 가면 그곳이 태평(太平)이다. 태

평국의 사람은 어질다” 19) 하였고, 『회남자(淮南子)』에서는 “동방에 군자국이 있다” 20) 고 하였다.
한편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A) 공자가 말하기를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이라도 타고 바다에 뜨고 싶다”고 하였다. 21)

(B) 공자가 구이(九夷)에 거(居)하고자 하니,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누추한 곳에서 어떻게 거하

시렵니까?”하였다. 이에 공자가 “군자가 사는 곳이거늘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하였
다. 22)

공자가 당시 중국에 도가 행해지지 않자 구이로 가서 살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구이

에는 군자의 풍도가 남아 있어 도를 행할 만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후한서』 「동이열전」에
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예기』 「왕제(王制)」에 이르기를 “동방을 이(夷)라 한다”하였다. ‘이(夷)’란 ‘저(柢)’다. 어질고

살리기를 좋아해서 만물이 땅에 뿌리박고 생겨남을 말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천성이 유순하여
올바른 도리로 인도하기가 쉬운지라, 군자가 죽지 않는 나라가 있기에 이르렀다. ⋯⋯ 그런 까

닭에 공자도 구이에 가서 살고 싶어했던 것이다. 23)

여기서 ‘군자불사지국(君子不死之國)’이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군자의 풍도가
있었다고 칭송하는 중국인의 기본 인식을 잘 보여준다. 이를 볼 때 우리 겨레는 나무의 뿌리가 새싹

을 돋아나게 하는 것과 같이 어진 성품을 지녔던 것 같다. 또한 군자국 사람들의 성품과 풍속은 유

19) 『이아(爾雅)』, 「석지(釋地)」 “東至日所出爲太平.” ; “太平之人仁.”
20) 『회남자』, 「지형훈(墬形訓)」 “東方有君子國.”
21) 『논어』, 「공야장(公冶長)」 “子曰, 道不行, 乘桴游於海, 從我者, ⋯⋯”
22) 『논어』, 「자한(子罕)」 “子欲居九夷, 或曰, 陋如之何. 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
23) 『후한서』 권85, 「동이열전」 “王制云, 東方曰夷. 夷者, 柢也, 言仁而好生, 萬物柢地而出. 故天性柔順, 易以道御, 至有
君子不死之國焉. ⋯⋯ 故孔子欲居九夷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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