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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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弘益人間)’의 바른 뜻에 대한 한 연구 박정학
‘캄캄한 가운데 태초부터 하늘의 빛과 율려(소리)만 있었는데, 마고가 실달대성을 천수에 빠뜨
리니 땅과 산천이 생겨났고, 함께 나온 기화수토(気火水土)가 서로 어우러져 만물이 생성되었
다’ 36)
기독교 창세기는 창조주 혼자서 모
든 것을 창조했다는 창조론(創造論)이
고, 민족별로는 진화론(進化論)도 있
지만, 우리 겨레의 창세 신화인 마고
신화는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새로운
만물이 생성되었다는 ‘조화론적(調和
論的) 사유체계’다.
따라서 이런 천지인(天地人) ‘어우 <그림 2> 우리 민족창세신화 관련 책들
러짐’의 사유체계는 ‘너와 내가 우리로 어우러져 함께 번영한다’는 홍익인간 이념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2. 단군사화(檀君史話)의 구성과 홍익인간
우리가 잘 알다시피 단군사화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인(神人)인 환웅과 동물인 곰이 변한 웅녀
(熊女) 사이에서 사람인 단군이 태어났다’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사람을 창조주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동물에서 진화된 것도 아니며, 신(神)과 동물과 사람을 하나의 혈연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천지인(天地人)의 현묘한 어우러짐’ 속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는 신과 동물과 사람을 같은 레벨로 보지도 않는데, 우리 조상들은 그들
을 같은 레벨의 단계를 넘어 한 혈통으로 만들어놨으니 이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사람이 신적 속
성과 동물적 속성을 동시에 지닌 이유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너무 멋진 발상이다.
나는 이것을 우리 겨레의 ‘천지인(天地人)의 어울림’에 바탕을 둔 민족 사유체계에서 나온 것이
며, 따라서 홍익인간의 핵심 의미도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보아 ‘너와 내가 생존경쟁을 하는 관계가
아니라 우리라는 하나로 어우러져 함께 번영하는 관계’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던 것이다.
3. 천부경(天符經)과 홍익인간
천부경(天符経)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 공인 역사 기록에는 나오지 않으므로 강단 학자
36) 박제상 저, 김은수 역해, 『부도지』, 기린원, 1989(재판), 15~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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