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국제학술문화제-동북공정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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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과 여러 북방민족들 간의 관계 정립이 동북아시아 고대 역사 인식 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민성욱
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이 북방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고자 할
때 우리가 고구려와 발해에만 집중하는 것은 고구려와 발해를 제외한 역사 시기에는 북방이 우리
민족의 역사 공간이 아님을 시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동안 북방민족의 역사 연구에 대한 관심은 고구려와 발해에 편중되어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인정할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이렇게 편중된 관심과
연구만으로는 한국의 고대 역사와 문화의 규명이라는 커다란 연구 흐름을 이어 나가기 힘들다. 말
갈 같은 북방계통의 집단은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혈연적인 민족이나 국가의 개념이 아니라 자신
들의 환경에 적응해 왔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자 다른 생활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시대를 거치며 그 범위가 확대되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였다. 러시아 학자들은 19세기 극동 지역
의 원주민들을 퉁구스족과 고아시아족으로 분류하기도 하였지만 이것을 예맥계와 숙신ㆍ읍루계
로 나누어 보는 것이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한반도 중에서도 남한이다. 하지만 우리 역사의 공간적 배경은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이었던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옥저, 동예 등의 무대가 북한과 만
주지역이기 때문이다. 북방으로 올라가면 이름만 알려져 있고, 자세한 생활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역사가 많이 숨어 있다. 고구려와 발해의 기층민이었던 말갈과 같은 집단들은 한국 고대
사의 일부 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다루어지지 못한 채 소외되거나 이민족의 역사로만 여겨져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역사는 얼마 되지 않는 역사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다. 문헌 자료가
부족한 여러 민족들의 역사는 변방 또는 주변의 역사로 취급되어졌고, 한국사에서도 이에 대한 연
구는 소외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고고학의 발굴 성과와 후속 연구 덕분에 만주 및 북방지
역의 다양한 유적과 유물들이 그 주인을 제대로 찾게 되었고, 막연했던 북방민족의 역사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알려지고 있다. 문헌 자료가 부족한 만주지역의 역사인 말갈의 역사도 같은 맥락
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사의 북방지역은 어디일까? 바로 만주 및 연해주 지역을 포함하는지금의 동북아
시아 지역이다. 만주는 동북삼성(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과 내몽고자치구 및 하북성의 일부지
역을 포함하는 중국의 영토이다. 흉노, 선비, 유연, 돌궐, 물길, 말갈, 거란, 해, 실위, 몽골, 여진
등 북방민족들은 지금의 중국 영토에서 일어나서 성장하였고 때로는 대제국을 이루기도 하였고,
때로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사라지기도 하였다.
반면 연해주는 러시아의 영토이다. 옥저와 읍루처럼 고대 사회에서 기후와 자연환경을 극복하
면서 독자적인 문화를 갖추었던 북방민족, 한때는 역사를 주도하기도 하였지만 현재는 그 존재마
저 희미해 졌다. 이러한 북방민족들이 한민족의 역사 및 문화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
다. 이러한 관점에서 역사를 연구하는 진정한 목적은 잊고 있었거나 외면했던 역사에 생명력을 불
어넣어 죽은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의 주체들과 대화
를 통해 소통하고 그들의 말에 경청하고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같은 북방민족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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