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6 - 국제학술문화제-가야사/환단고기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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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 분과 2


                 내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19세기 실학자인 박제가, 정약용, 박지원 등에게 이어지는 절대적인

                 논리인데 한문만이 학문의 절대적인 도구이므로 훈민정음에 대한 반대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한
                 상태에서 집현전 학자 8인이 집필에 참여했다는 것은 훈민정음을 공개적으로 사용하거나 해례본

                 을 적극적으로 유포시키지 않을 이유로 충분해 보인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세종과 정인지 외 학자들
                 의 글에는 새 문자를 만들면서 ‘고전’을 따라 만들었다고 적었으며 이것은 당시 사대부들의 거부감

                 을 완화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려 한 듯 보인다. 1443년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3년 뒤인 1446
                 년 집현전 학자 8인이 추가로 그 해례를 들어 설명함은 결국 새 문자의 사상과 철학을 정리하여

                 쉽고 자세히 풀어쓰고자 하는 공통된 인식론이 반영된 것이다.



                     2. 금서가 된 상고사 기록들



                   『환단고기』에는 『삼한관경본기』, 『마한세기』, 『번한세기』, 『고구려본기』와 『대진국 본기』 같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기록들이 들어있는데 이를 소장하거나 기록한 이는 고성 이씨 문중의 이존비,
                 이암, 이맥, 이기, 이유립이었다. 이암은 고려말 문하시중을 지낸 고위 관리이자 당대 명필이기도

                 하였는데 그가 정계를 물러났을 때 강원도 오지의 청평사와 강화도의 흥행촌에 은신하여 호를 행
                 촌이라 했다.    29)  이암은 고려말 공민왕 시기 개혁정치를 주도하고 여진족의 남침을 물리친 애국자

                 였다. 이맥은 이암의 현손으로 조선시대 연산군에게 미움을 받아 유배되었다가 중종 때 다시 소환
                 되어 내각에 비장되어 있던 비서들을 읽고 『태백일사』를 저술한다. 이암이 편집하고 저술한 『삼성

                 기』,『단군세기』와 이맥이 읽었다는 비기들은 조선 세조(1455~1468)때 수서령에 포함된 책들이
                 다. 세조의 수서령은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같은 문화탄압이었다. 이때 압수된 고기의 목록들은 조

                 선왕조실록에 기재되어 있는데 그 중 일부가 이맥의 『태백일사』에서 보인다. 때문에 이맥은 『태백
                 일사』를 저술하고 후손들에게 이를 감추라고 명했을 것이다.                       30)

                   『태백일사』란 잃어버린 태백의 역사, 즉 환국과 신시의 역사란 뜻이다. 조선왕조는 단군 이전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단군 이후의 역사만 인정하였다. 당시 조선왕조는 명나라에 사대외교를 하

                 고 있었을 뿐 아니라 명나라는 몽고나 여진만큼 내정간섭을 시도하여 권근이 변명해 놓은 단군에
                 관해서는 양해를 얻었다고 해도 단군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숨겨야 했을 것이며 중국사의 상한

                 선이 단군시대와 동시대인 요순시대였으므로 그 이전의 시대인 환인 환웅의 역사는 사대 외교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31)  이러한 점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의 예에서도 볼 수 있는데 명나라

                 황제가 패권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자여야 한다. 환인은 하느님이고 환웅
                 은 하느님의 아들인 천자이니 조선이 천자의 후손이라면 조선 민족이 천손이 되는 것이므로 당시



                 29) 박성수, 「환단고기의 역사 세계와 고성 이씨 문중」, 『선도문화』11, (2011), 416쪽.
                 30) 박성수, 「환단고기의 역사 세계와 고성 이씨 문중」, 『선도문화』11, (2011), 417쪽.
                 31) 박성수(2011), 4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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