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1 - 국제학술문화제-가야사/환단고기 분과
P. 191
『훈민정음해례』와 『환단고기』의 유사성에 대한 고찰 송옥진
지도 않으니 땅이 축시(丑時)에 열리는 것과 같다. 평평한 모양은 땅은 본떴다. ‘ㅣ’는 혀를 오므
리지 않아 소리가 얕으니 사람이 인시(寅時)에 생긴 것과 같다. 일어선 모양은 사람을 본뜬 것이
다. 11)
앞선 초성의 제자원리가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면 중성은 그에서 더 나아가 하늘-
땅-사람의 모양과 순서로 ㆍ, ㅡ, ㅣ를 만들고 이것이 뒤이은 모음의 기본이라고 하였다. 이는 삼재
(三才)로 대표되는 한국 전통문화의 핵심이며 해례본에서는 한글창제의 철학적 기반으로서 일관
되게 천지인-음양오행의 우주관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12) 앞선 표2에서도 볼 수 있듯이 훈민정음
해례 전반에 걸쳐 음양오행론을 바탕으로 만들었음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음에도 제자해에서부터
천· 지· 인의 지속적인 언급은 해례의 제자원리가 천· 지· 인 삼재사상을 기본으로 개념으로, 음양
오행을 부수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성리학의 옷을 입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의 근간은 결국 한국 전통사상에서 존재론의 핵심인 ‘일삼론(一三論), 삼재(三才)’사상임을 계속 표
현하고 있음이다. 물론, 당시 중국의 사상도 음양(오행)론과 삼원(오행)론 전통이 공존하지만 실질
적으로는 이원론 전통이 훨씬 우세하였다는 점과 비교할 때 한국 고유 사상에서는 삼원론이 부동
의 위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한국 전통사상의 핵심인
천, 지, 인이 하늘과 땅과 사람을 의미하며 순서대로 나온다는 것은 “천부경”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구절이기도 하다. 13)
더욱이, 해례본에서는 초성과 중성, 종성으로 이루어진 음가 중에서 특히 중성의 역할을 강조하
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례본이 창제 당시의 시대적 요구는 물론 창제자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는
문헌임을 고려해 볼 때 세종은 천지간에 사람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사람을 천지에 참여시
켜 만물을 이롭게 하는 적극적인 존재로 인식하였다. 14) 이러한 점은 훈민정음 창제목적이 세종의
애민(愛民), 편민(便民) 정신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세종의 인간에 대한 인식은 훈민정음
구성 단계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 실천과 의리학적 측면을 부여해서 백성들이 천지와 조화를
이루며 인간에게 주어진 오상(五常)을 바탕으로 하늘의 도(天道)와 사람의 도(人道)를 실현해나가
는 주체적 인간이 되기를 바랬던 것이다. 15)
11) 이영호, 『국민보급형 훈민정음 해례본』, 달아실출판사, (2019), 43~45쪽.
12) 김만태, 「훈민정음의 제자원리와 역학사상-음양오행론과 삼재론을 중심으로」, 『철학사상』45, (2012), 56~59쪽;
김혜영,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하여」 『인문학연구』31, (2008), 10쪽; 곽신환, 「훈민정음 해례에 반영된 성리학의 영향
-태극·음양·오행·삼재론을 중심으로-」, 『유학연구』37, (2016), 29~59쪽.
13) 天一一地一二人一三
14) 송옥진, 「훈민정음 해례와 천부경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선도문화』, (2022)
15) 황인옥, 「훈민정음에 반영된 의리학적 역학사상」, 『유학연구』40, (2017), 1쪽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