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대한사랑 14호(2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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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이(紀異)’를              로 담겨 있다.
             ‘기이(奇異, 기괴하고 이상하다)’로 오인(誤               그런데 대부분 해제(解題)들은 친절

             認)하고 있다.                              하게도(?) “기이(紀異)는 기괴하고 이상
                『삼국유사』 는 맨 앞에 왕력(王曆)이              한 것을 의미한다.”라면서 ‘기이(奇異)

             라는 도표를 배치하여 본기(本紀 ,제왕의                의 뜻’으로 오인(誤認)된 설명을 하고
             사적을 기록)로 대체한다.                        있다. 이에 따라 온 국민-전문 학자들

               그 다음, 전체 내용 5권 중에서 절                은 아니겠지만-보통 사람들은 쉬이
             반 정도를 차지하는 제1권~제2권을                   ‘발음이 같은 익숙한 용어’이기 때문
             ‘기이(紀異)’라는 중간 제목 아래 두고                에 이 기이(紀異)라는 단어를 기이(奇異;

             서, 앞에서부터 「기이편」1(신라 통일 전)              기괴하고 이상하다)의 뜻으로 철저히 ‘오
             과 「기이편」2(통일신라~후삼국 고려 통합까              인(誤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삼국유

             지)를 배치하고 있다. 이는 겨레 강역                 사』는 ‘기괴·신비·괴상·전설 이야기를
             (疆域)의 역사에 등장하는 처음 ‘고조                 주로 다룬 신화·설화·야사’라는 선입
             선의 단군왕검’으로부터 마지막 ‘「가                  견으로, 따라서 ‘비현실적이고 괴이(怪

             락국기」에서의 구형왕’까지, ‘기(紀, 각               異)한 우리 역사서’라는 오인이 일반화

             국 제왕들의 벼리’를 ‘이[異, 신성(神聖)하고 특별         되었다.
             한 사연]’을 주로 다루면서 기술하고 있                  그러나 일연은 「기이(紀異)」편의 서문
             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중간 제목이                  (序文)에서, ‘우리는 신성한 민족·국가·

             바로 ‘기이(紀異)’인 것이다.                     겨레이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따라서 대부분의 내용들 역시 거룩                  “...(중국의 여러 건국신화와 전설과 영웅

             한 정성, 성스러운 신통력, 지극정성                  담...)과 같은 연관(聯關)=맥락(脈絡)으로
             에 의한 감응, 천지신명의 조화, 기적                 적셔나가겠노라[점(漸)].’는 뜻을 분명히
             적 능력, 부처님(불보살)의 가피력, 신성               밝히고 있다.    3)

             한 기운으로 펼쳐진 사실(사건)들이 주





              3) “... 然則 三國之始祖 皆發乎神異 何足怪㦲. 此紀異之所以漸諸篇也, 意在斯焉.[(중국의 여러 건국 신화와
                전설과 영웅담들을 인용한 후) ... 그런즉(같은 맥락 속에서) 삼국(세 나라가 아님 = 고려 이전까지 등장했던
                모든 나라들)의 시조가 모두 신이(神異)한데서 태어난 일을 어찌 괴이하다고 하겠는가? 이 기이(紀異)를 제
                편(諸篇)의 첫머리에서부터 적셔 내려가는 소이(所以. 이유, 까닭)이다. 의도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적실
                점(漸) ; ~에서부터 적셔나가다. 물들이다, 감화시키다, 나아가다, 성장하다, 차츰 나아가다, 천천히 움직이
                다, 흐르다, 흘러들어가다. 점점, 점점, 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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