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대한사랑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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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세를 반전시켰다가 나중에 연나라 장수 진개가 다시 쳐들어와서 번조선 서쪽 2
                      천여 리의 땅을 빼앗고 만번한에서 연나라와의 국경을 정하게 되었는데 당시의

                      상황을 사마천이 그렇게 기록한 것이다.
                        정리하면 사마천의 『사기』 〈조선열전〉에 등장하는 진번은 한사군과 하등 무관

                      할 뿐만 아니라 특정 지명이 아닌 진조선과 번조선을 줄여서 그렇게 기록한 것이
                      다. 단재 신채호도 『조선상고사』에서 『사기』 〈조선열전〉에 나오는 ‘진번조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조선에는 고전(古典)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삼조선의 유래를 찾을 곳이 없

                           으나 중국사에는 가끔 보인다. 『사기』 〈조선열전〉에 나오는 진번조선(眞
                           番朝鮮)은 「신‧불」 두 조선을 함께 들고 있는 것으로서, 주(註)에서 번일작

                           막(番一作莫)이라고 하였는데, 번을 막으로 대체하면 진막조선(眞莫朝鮮)이
                          된다. 진막조선은 「신‧말」 두 조선을 함께 든 것이다. 그러면 왜 진막번
                           조선(眞莫番朝鮮) 혹은 진번막조선(眞番莫朝鮮)이라고 써서 「신‧말‧불」 세 조

                          선을 나란히 같이 들지 않고, 혹은 막자를 빼고 진번조선이라 하거나 혹
                           은 번자를 빼고 진막조선이라고 적었을까? 이것은 중국인들이 외국의

                          인명‧지명 등 명사를 쓸 때에는 항상 문장의 흐름을 평탄하고 순조롭게
                           하기 위해 축자(縮字)를 쓰는 관례에 따라 썼기 때문이다.


                        단군조선의 삼조선이란 신한, 불한, 말한을 말하는데, 신‧말‧불을 한자로 진‧

                      막‧번으로 했기 때문에 신한은 진조선, 말한은 막조선, 불한은 번조선으로 표
                      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기』 〈조선열전〉에 나오는 진번조선은 신한과 불한

                      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진번조선에 번은 막으로 쓰기도 한다(番一作莫)
                      는 주석을 단 것을 보면 진번은 진막으로도 대체가 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진
                      번막(眞番莫)의 삼조선이 있었던 증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번조선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삼조선을 모두 지칭한 것이라고 하였다. 결국 단재 선생도 진번이란 고
                      유명사로서의 지명은 없었다고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진번지간의 의미는 문자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옛날에 있었던) 진조선
                      과 번조선의 사이 지역’이란 의미가 된다. 진조선과 번조선의 경계를 명확히 알

                      기가 어렵기 때문에 진번지간의 위치는 대수가 흐를 것으로 추정되는 대방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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