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월간 대한사랑_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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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명과 생명 탄생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여                   (信及豚魚)의 경지를 지향한 것으로 보인다.
                겨져 왔다. 그것이 상징하는 ‘광명’과 ‘생                 상하의 믿음이 지극하면 무지한 사물까지

                명’은 실로 한국 고유사상과 불가분의 관                   도 감통시킬 수 있다는 이상적인 정치 이
                계가 있다.                                   념의 제시인 것이다. 초목군생이나 동물에

                  이 향로는 유학 사상과도 연관시켜 볼                   까지도 덕화와 감화를 베풀어 자혜(慈惠)로
                수 있다. 천계 바로 아래에서 다섯 명의 악                 운 삶을 살도록 하는 ‘접화군생’의 의미를

                사가 음악을 연주하고, 범⋅사슴⋅멧돼지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등 수많은 짐승이 즐겁게 춤을 추며, 물속                    필자는 한국 사상의 원형에 대해 탐구
                에서도 물고기가 재미있게 놀고 있다. ‘연                  하면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

                비어약(鳶飛魚躍)’의 경지라고나 할까? 이 모                로 「난랑비서」와 백제금동대향로를 꼽아
                습은 곧 『서경』 「순전(舜典)」에서 “팔음의                왔다. 「난랑비서」가 문자로 된 자료라면,

                악기가 잘 어울려 서로 차례를 빼앗음이                    향로는 조형물의 상징 체계를 통해 이를
                없어야 신과 사람이 화합할 것이다”(八音克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본다. 최치원이
                諧, 無相奪倫, 神人相和)고 한 것이라든지, 같은              「난랑비서」에서 말한 ‘포함삼교 접화군생’

                책 「익직(益稷)」에서 “석경(石磬)을 치고 어루              의 의미가 이미 6세기에 나온 이 향로에
                만지자 온갖 짐승이 따라서 춤을 추었다”                   형상화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런

                (予擊石拊石, 百獸率舞)고 한 것을 연상하게 한               점에서 이 향로는 실로 사상성(이념성)이 매
                다. 이것은 바로 유교의 정치 이념을 형상                  우 강한 것이라고 하겠다.

                화한 것으로 ‘신인상화(神人相和)’라는 이상
                적인 경지를 지향한다.

                  이 향로는 유⋅불⋅선 삼교, 나아가 샤                    * 이 글은 필자가 2016년에 발표한 「백제금동대향로
                머니즘까지 포괄하는 종합 모형도라 하겠                      의 상징 체계와 한국사상」(『사상으로 읽는 전통문화』, 이른
                                                           아침, 2016)을 기초로 하였음.
                다. 이를 통해 백제에서 추구하는 ‘삼교합

                일’의 경지와, 삼교 각각의 사상적⋅종교
                적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최치원이 말한

                ‘포함삼교’의 의미를 조형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백수솔무(百獸率舞)하

                고 동락동열(同樂同悅)하는 형상은 마치 『주
                역』 중부괘(中孚卦)에서 이른바 ‘믿음이 돼

                지와 물고기에까지 미친다’고 한 신급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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