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월간 대한사랑_10월
P. 19
2024. 10
백제에서는 『주역』을 중시하였다. 역박 (天施地生, 其益无方), “군자는 이 풍뢰의 형상
사(易博士)를 둘 정도로 전문성을 추구하였 을 본받아, 선을 보면 우레처럼 빠르게 실
다. 『주역』 「설괘전(說卦傳)」에 보면 “손(巽) 천하고, 허물이 있으면 바람처럼 잘못을
은 닭이 되고(巽爲鷄) 진(震)은 용이 된다(震爲 고친다”(風雷益, 君子以, 見善則遷, 有過則改) 등등,
龍)”고 하였다. 즉 손괘를 동물로 설명하면 군자의 도리, 치자(治者)의 도리와 연결지을
닭에 해당하며, 진괘는 용이 된다. 또 손괘 만한 내용이 많다. 이점을 놓칠 백제인이
는 바람이요 진괘는 우레다. 두 괘가 합쳐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이 ‘익괘’의 괘사를
진 것이 풍뢰익괘(風雷益卦)다. 이것은 향로 음미하면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정상부의 새와 몸통을 받치고 있는 용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떠올려본다.
관계를 밝히는 데 실마리가 된다. 백제인 『주역』 「설괘전」에서는 또 ‘제출호진(帝
들이 『주역』에 밝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出乎震), 제호손(齊乎巽)’이라고도 하였다. 제
『주역』의 「설괘전」에 근거하여 ‘계룡’의 의 왕이 진방에서 출현하고 손방에서 위용을
미를 이끌어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정제(整齊)한다는 말이다. 이 ‘진’은 동방이
익괘는 바람과 우레가 서로 만나 비를 요 용이다. 용은 황제의 권위를 상징한다.
내려 만물을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 또한 동방은 만물을 생성하는 생문(生門)이
고 있다. 바람과 우레는 서로 도와 세(勢) 므로 만백성을 알뜰살뜰 보살피는 황제에
를 더하는 성질이 있다. 그 괘사(卦辭)를 보 비유된다. 이 ‘제출호진’이란 말은 역대로
면 “위를 덜어서 아래에 더해주니 백성들 많은 사람들이 동방에서 상제(上帝)로 받들
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損上益下, 民說 어지는 성왕(聖王)이 나올 것이라는 의미로
无疆), “그 유익함이 날로 진전하여 끝없이 해석하여 왔다. 한 사람의 성천자(聖天子)가
나아간다”(日進无疆), “하늘은 베풀고 땅은 출현하여 뭇생명체가 제자리를 얻어 행복
생산하니 그 유익함이 방소(方所)가 없다” 하게 살아가는 이상적 경지를 향로로 형
상화하는 데 한 단서가 되었을 것으로 생
각한다.
5.‘삼교합일, 접화군생’의 형상화
‘박산향로(博山香爐)를 배워 박산향로에서
벗어난’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의 문화 전
통과 통치 이념을 잘 담아냈다고 본다. 조
형미와 예술성, 상징체계 등 여러 면에서
풍뢰익괘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