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월간 대한사랑_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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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두지만, 최치원이 「난랑비서(鸞郞碑序)」 없는 것 같다. 정상부에 새가 있는 것은 한
에서 ‘포함삼교(包含三敎), 접화군생(接化群生)’ 대(漢代) 청동신인주작박산로(靑銅神人朱雀博
이라 정의를 내린 풍류도를 약 3백년 전인 山爐) 등의 선례가 있어 새삼스럽지는 않다.
백제 말기에 향로를 통해 형상화했다는 다만 ‘어떤 새’인가에 대한 해석은 크게 세
사실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 글의 주된 목 가지로 나뉜다. 봉황으로 보는 견해, 주작
표다. 으로 보는 견해, 천계(天雞: 우리나라 토종닭인
장닭)로 보는 견해가 있다. 필자는 우리나
2. 수탉의 형상에 봉황 ⋅ 주작의 이미지 라 토종의 수탉 모습에다 봉황과 주작의
백제금동대향로에서 눈길을 많이 끄는 상징성을 곁들였다고 본다.
것은 정상부에 있는 새라고 생각한다. 몸 봉황⋅주작⋅삼족오(三足烏)는 동이문화
통 부분에서 앙련(仰蓮)을 입에 물어 떠받들 권에서 나왔다. 이들은 모두 상상의 새이
고 있는 짐승을 ‘용’으로 보는 데는 이의가 다. 또 유⋅불⋅도 삼교에서 공히 신조(神
鳥)로 받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벽
화나 조형물만으로는 이들이 어떻게 같
고 다른지를 가려내기가 어렵다. 다른 점
에 주목하면 서로 다른 새 같이 보이고, 같
은 점에 착안하면 같은 새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다만 발이 셋인 삼족오가 봉황⋅주작과
쉽게 구별되는데 비해 봉황과 주작은 구
별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봉황과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다는 점에 착안, 주
작과 구별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평
양 부근에 있는 강서중묘(江西中墓)의 ‘주
작도’(사신도의 하나)를 보면 주작이 여의주
를 물고 있다. 이밖에 ‘며느리발톱’(距: 싸움
발톱)이 튀어나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하지만, 며느리발톱은 수탉뿐만 아니라
주작과 봉황 그림에도 그려져 있다.
필자는 봉황과 주작이 지닌 상징 체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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