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월간 대한사랑 7.8월호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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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8
고요의 태허(太虛)에 드는 순간이었다. 사형을 목전에 둔 사형수가 글로 써 둘 공간이
없었다. 매헌을 대신함인가.
사형장에서의 매헌의 모습은 ‘다치무라’를 통하여 알 수 있다. 일본군 제9사단 소속
다치무라 녹사관(綠事官)이 당시 사단본부 출입 기자단에게 발표한 글에 의하면, 매헌은
무슨 말인가 계속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중얼중얼하다가 이날 오전 7시 27분 매헌은
이마를 관통한 총알에 13분 뒤 절명하였다. 매헌이 절명하기 직전까지 나무 형틀에 묶
여서 입속말의 중얼거림, 이것이 매헌의 마지막 언어였다. 매헌의 중얼거리는 내용은
그럼 무엇이었을까. 이때의 현장 상황을 다치무라가 기록으로 남겼다. 매헌과 천도교
관련하여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의 적시이다. 다치무라가 일종의 기자회견 형식으로
사단본부 출입 기자단에게 의거하여 매헌의 총살형 현황에 대한 상황보고문을 낭독한
것이다.
군의(軍醫)에 의해 간단한 검진을 마친 후에 유언을 물었으나 ‘사형은 이미 각오
했으므로 하등 말할 바 없다’ 대답하자 곧 형모를 씌워 눈을 가리고 나무 형틀
에 상체를 고정시켜 묶었다. 범인은 그동안 유유히 뭔가를 읊조렸다.
윤봉길 의사의 순국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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