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월간 대한사랑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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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의 영역에 있는 하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 안에 모시고 있기 때문

                이죠.
                 서양에서는 그냥 뭉뚱그려서 인격(人格)이라고 하지만 동학에서는 하늘을

                모시고 있다[侍天主]고 하면서 서양보다 더 구체적이고 더 확실한 인격자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초월자에 대한 인격적, 비인격적인 논란이 있

                지만, 저는 종교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천도교인으로서 말 그대로 초월적 존재이지만 ‘내 안에 모시고 있다’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최원호: 수운 대신사께서 득도 이전에 주유천하하시고 득도 이후에는 전라

                도로 피신 아닌 피신을 하시는 과정에서 세태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개벽 아닐런가”라고 하시면서 동학의 대

                표적 선언인 ‘다시 개벽’을 말씀하시잖아요. ‘다시 개벽’의 의미는 뭐라고 생
                각하시나요.

                임형진: 제가 동학에 대해 공부하면서 깨달은 게 있었어요. 다른 종교는 내
                세관이 있잖아요. 근데 천도교에는 내세관이 없어요. 그럼 뭐냐? 지상천국!
                살아있을 때 그 세계를 만들어야지 죽은 다음에는 소용없다 이거예요. 지극

                히 현세 지향적인 거야. 그래서 이 사람들 얘기는 개벽 세상도 지금 만들어
                야 돼. 다른 때 만드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여기는 또 ‘교정쌍전(敎政雙全)’

                이에요. 제 학위 논문도 사실 그걸 갖고 썼는데요. ‘교정쌍전’이라는 게 동
                학·천도교의 핵심 이론 중에 하납니다. 그러니까 종교적 행위와 정치적 행

                위가 쌍전(雙全),  즉 같이 발전해야 되는 거예요. 천도교는 일제시대에 정
                당(政黨)이 있었어요. 지금 북한에 남아 있는 ‘청우당(靑友黨)’인데요. 종교

                행위는 ‘천도교 중앙총부’가 하고 정치, 사회운동은 ‘천도교 청우당’이 하는
                거예요. 청우당에서 했던 대표적인 활동이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운동이예
                요. 그리고 여성운동이나 노동운동을 청우당에서 다 했어요. 개벽지 발간도

                청우당에서 주도했어요.  지금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1990년에 만들
                어진 [동학민족통일]이예요. 지금은 법인체로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

                서 동학·천도교는 두 바퀴[敎·政]로 가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개벽’은 종교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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