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월간 대한사랑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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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5
최원호: 방금 풍류도를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풍류도의 핵심은 ‘접화군생
(接化羣生)’이잖아요. 접화군생의 ‘화(化)’는 ‘재세이화(在世理化)’에서 유래
됐다고 보는데요. 바로 그 ‘화’가 이성적 ‘교화(敎化)’와 감성적인 ‘감화(感
化)’, 그리고 영성적인 ‘신화(神化)’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래서 동학의 ‘주문과 영부’는 무극대도로서의 한 부분으로 봐야 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임형진: 그렇죠. 고려대 초대 총장을 하셨던 현상윤 선생께서 『조선사상사』
를 쓰셨는데요. 그분이 책에서 우리를 천손(天孫)족이라 부르는 이유는 신
시(神市), 즉 ‘신의 도시’의 민족이라는 거예요. 환웅이 최초로 내려와서 건
국했다는 배달국 신시를 말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신시’에서 ‘4개의 축’
이 만난다는 거예요. 하나는 하늘이 인간에게 베푸는 사랑, 두 번째 축은 부
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 세 번째 축은 인간이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 그
리고 네 번째 축은 자식이 부모에게 지극히 하는 효가 만난다는 거예요. 우
리 민족이 ‘신시’의 문화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조화(調和)와 화합(和合)’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거라고 봅니다.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 민족의 심성
은 천손족인 환웅으로부터 왔다는 걸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역
사 속에서 흐트러진 (우리 고유사상의) 여러 파편들을 모아서 화합시킨 것
이 사상적으로 조선말의 동학이 아니었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최원호: 수운께서 득도를 하신 이후에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집필을
하시는데요. 핵심을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라는 주문 열석 자로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시천주(侍天主)’의 ‘천주(天主)’를 초월자로 볼 건
지, 내재자로 볼 건지에 대한 논쟁이 많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임형진: 지금 천도교 교단의 정통 교리는 초월자 + 내재자입니다. 초월적 영
역에 있는 건 틀림없지만 ‘내’가 주인이어서 인간이 존엄한 존재라는 것이
죠. 그래서 교단에서는 초월자이자 내재자로 보고 있어요. 저도 사실은 거
기에 동의하는데요. 모든 사람이 다 존엄한 존재라고 평가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인격(人格)’을 가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격을 가졌기 때문에 모
두가 존엄하다. 우리에게는 그런 최초의 개념이 동학에서 나온 거죠. 왜?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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