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월간 대한사랑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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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진: 저는 수운 선생께서 한국 땅에서만 적용되는 지식인이 아니라 전 세
계적으로 인류 보편적 차원의 가치를 지닌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
미에서 동학학회에서는 그 분의 탄신일인 10월 28일에 국제학술대회를 준
비하고 있어요. 물론 동학이 해외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해외 학자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모르지만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국제학술대
회를 통해서 동학의 가치, 수운 최제우가 선포한 가치가 세계화될 수 있다
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원호: 임 교수님은 학자이면서 천도교 교인이시잖아요?
임형진: 저는 정치학을 공부했습니다. 정치사상을 전공했거든요. 동학은 고
유문화이자 정신이고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천도교가 일제 강점기 때만
하더라도 가장 큰 종단 중의 하나였는데, 지금은 많이 왜소화되었잖아요.
그렇지만 동학·천도교가 아무리 축소된다 하더라도 동학의 역사와 정신, 항
일운동 등 이런 역사는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김대중 전 대통령
께서 해외 나가시면 정상들과 선물을 주고받잖아요. 아시다시피 김대중 대
통령은 카톨릭 신자란 말이에요. 외국 정상하고 만나서 회담이 끝나고 글을
써 주실 때는 “인내천(人乃天)과 사인여천(事人如天)” 두 가지를 써서 주셨어
요. 저는 그 분이 한국의 최고지도자로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면서 대표적인
사상으로 “인내천과 사인여천”을 생각하셨다고 해석을 합니다.
최원호: 4월 5일이 천상문답사건이 있었던 날이라고 했는데요. 수운 대신사
께서 여신 ‘천일(天日)’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임형진: 수운 선생은 1824년에 태어나셨어요. 1860년에 청나라와 영국이
아편전쟁을 벌이잖아요. 결국 청나라가 패배하는데요. 당시 조선의 지식인
들이 중국적 세계관 속에서 살고 오로지 중국만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중
국이 서양 오랑캐한테 졌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세계관 자체가 무
너지는 거였어요. 주자 성리학적 세계관 속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중국이 졌
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학문적 아이덴티티까지 깨져버린 거예요. 그
러니까 그 당시 백성들이 정말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는 거죠. 바로 그때 수
운 최제우가 주유천하 하면서 만났던 민중들과 무너진 세계관을 보면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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