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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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의 수리 철학적 해석 김태화
고대의 철학자들은 모나드가 진공 속에서 숨을 쉬면서 그다음 이어지는 모든 수를 만들어낸다
고 생각했다(111111111×111111111=12345678987654321). 수는 단지 모나드의 다른 성
질을 나타낼 뿐이다. (중략) 옛사람들은 모나드와 디아드는 수가 아니라, 수들의 부모로 생각했
다. 양자의 결합, 즉 1과 2, 점과 선, 통일성과 차이라는 원리들의 융합은 그다음에 잇따르는 모
든 원형적 원리를 낳으며, 그것들은 수로 나타나고, 숫자로 상징화되고, 자연 속의 모양들로 관
찰된다. 여기서 디아드는 일자와 다자를 잇는 통로이다. 15)
앞 인용에서 말하는 ‘진공’은 『천부경』의 ‘무(無, 없음)’와 동일시할 수 있다. ‘무’를 숫자로 나타
내면 0이다. 수학에서 0은 덧셈에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는 않지만(예를 들면, 1+0=1), 곱셈에서는 모
든 수를 자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흡수성(예를 들면, 1×0=0)이 있다. 『천부경』에서는 ‘무’가 4번(‘무시’,
‘무진’, ‘무궤’, ‘무종’) 나타난다. 모두 ‘유(有, 있음)’에 대한 대립개념이다. 최동환 16) 은 저서 천부경
에서 “삼라만상의 모든 것은 움직임과 멈춤이라는 순환을 한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한 ‘움직임’
≡‘유’(있음), ‘멈춤’≡‘무’(없음)로 동일시(≡)할 수 있다. 미카엘 슈나이더는 수 1을 ‘전체로서의
하나’라고 명명(命名)했다(주석 10). 여기서 ‘전체’를 ○, ‘하나’를 점(•)으로 나타낼 수 있고 이 둘의
결합 꼴 ⊙ 또는 ◉은 수 ‘1’의 도상으로 통일성(전체, unity)과 단일성(하나, oneness)을 함께 나타낸
꼴이다. 앞의 작은 점이 중심을 나타낸다면, 뒤의 굵게 한 점은 동식물의 ‘씨’의 형상이다. 『천부
경』에서 수 1의 도상은 ⊙ 또는 ◉이지만, 1이 작용하여 움직이고 변화할 때는 둘로 분해된다. 전
체를 하나로 잇는 통일성은 ○로, 단자 또는 일자로 ‘시’≡‘종’의 단일성은 점(•)으로 그 모습을 드
러낸다. 베르베르의 표현을 빌리면, “1은 만물의 시작이다. 1은 만물의 끝인 죽음을 나타낸다. (중
략) 죽음이란 단일한 것이 단일한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17) 라고 말한다. 이 인용 글에서 1은 ‘시
작(始)’ 또는 ‘끝(終)’이고, 마지막 문장은 만물의 시작(生)과 끝(死)을 동일시하는 말이다. 덧붙이
면, 이 문장은 첫 번째 ‘단일한 것’(∙)에서 시작했으나 다시 같은 곳(∙)으로 되돌아간다. 최동환은
저서 천부경 에서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우로보르스, 그리스어 ου
ροβóρος)’의 그림을 제시한 후, 이러한 회귀성을 역경 의 <계사상전>에 나와 있는 “원시반종
(原始反終)”이라고 말했다.
천부경 81자의 글자들로 동그랗게 원을 만들면 첫 글자 일一과 끝 글자 일一이 불필요하게 중
복한다. 이 모양은 천부경 81자의 머리인 일一이 꼬리인 일一을 물고 있는 모양이 된다. 이 모
양에서 글자를 뱀으로 만들어 머리인 일一이 꼬리인 일一을 물면 그대로 그림이 이루어진다.
(중략) “달걀이 순환하여 다시 달걀이 되는 것이다.” 또 “뱀의 머리가 돌아와서 다시 머리가 되
15) Michael Schneider, 이충호 옮김, 자연, 예술, 과학의 수학적 원형 , 3, 30쪽.
16) 최동환, 천부경 , 42쪽.
17) Bernard Werber, 이세욱 옮김, 나무 , 140~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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