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P. 146
천부경 분과
김일부는 하도낙서에 함축된 존재론과 인식론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제쳤다. 정역사상은 하도에
근거하여 낙서 선천의 천지가 형성되어 다시 하도로 복귀한다는 하늘의 섭리를 시간론, 우주론,
6갑론, 음양오행, 도수론, 금화교역론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냈다. 『정역』은 시간의 구조를
파헤친 천상의 학문이고, 『주역』은 천상을 모방한 지상의 학문이라는 뜻이다. 왜 이런 역설이 생길
까? 하도낙서를 『주역』의 해석에서 원천 배제시킨 이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태까
지 『주역』이 천상의 학문이라고 알았던 믿음에 찬물을 끼얹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5. 『천부경』의 삼극과 『정역』의 삼극
김일부는 하도의 도생역성倒生逆成과 낙서의 역생도성逆生倒成의 논리로 체용 전환과, 선천과 후
천의 교체 및 시간 흐름의 방향성을 설명하였다. 전자는 미래에서 현재를 거쳐 과거로 흐른다는 것
이고, 후자는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른다는 뜻이다. 이를 도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25)
㊉→九→八→七→㊅→五→四→三→二→㊀ 河圖 倒生逆成: 통일 → 분열
㊀→二→三→四→㊄→六→七→八→九⇢㊉ 洛書 逆生倒成: 분열 → 통일
이처럼 무극과 황극, 태극이 상호 교차의 형식으로 움직인다는 이론은 천도가 만물의 기원이며
도덕의 근원이라고 판단한 전통 사유와 결별을 선언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아닐 수 없다.
3극은 단순히 천도를 묻는 인식론의 틀이 아니라, 그것은 진리의 내용과 형식으로서 천도는 3수
구조로 구성된 역동적 존재론이라는 뜻이다.
3극을 『주역』에서 말하는 천지인 3재 이외에도 무극과 태극과 황극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전거는
『환단고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의 원형문화는 천원지방天圓地方 혹은 원방각圓方角에서 비롯
되었다. 원방각에 입각하여 동양의 천문학과 수학 및 『주역』이 출현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圓(○)은 하나이니 하늘의 무극 정신을 뜻하고, 방方(□)은 둘이니 하늘과 대비되는 땅의 정
신을 말하고, 각角(△)은 셋이니 천지의 주인공인 인간의 태극 정신이로다.” 26)
원은 하늘의 역동성과 변화성의 정신을 대변한다. 원은 시작도 없고 끝이 없는 둥근 형태를 이루
25) 하도는 다섯 번 째가 6이고, 낙서의 다섯 번 째는 5이다. 그렇다고 5와 6이 다른 것은 아니다. 선후천이 우주의
두 얼굴이기 때문에 하도는 6이고, 낙서는 5일 뿐이다. 하도의 황극와 낙서의 황극은 동일하지만, 숫자만 다르다는
뜻이다.
26) 『桓檀古記』「蘇塗經典本訓」, “故, 圓者一也, 無極; 方者二也, 反極; 角者三也, 太極.”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