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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과 정역사상”  양재학



                   이 글에 정역사상의 전체 구도가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도낙서의 핵심은 선후천의

                 전환에 있다는 뜻이다. 과거의 하도낙서가 동양형 천지창조의 설계도라면, 김일부는 하도낙서를
                 천지의 재창조설로 인식하였다. 그러니까 과거의 하도낙서설만 고집하는 까막눈은 정역사상의 심

                 층에 출입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하도낙서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넘어서 천지 자
                 체가 변화한다는 것이 곧 하도낙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는 하도낙서에 대한 커다란 사유의 혁

                 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도와 낙서의 이치는 후천과 선천이다’라는 명제는 역학사를 통틀어 최초로 나온 선언이다.

                 ①‘하도 = 후천’, ‘낙서 = 선천’라는 등식과, ② 후천을 먼저 말하고 선천을 뒤에 말하는 특유의 문
                 법, ③ 하도낙서는 시간 위주의 사유이고, 괘효로 구성된 『주역』은 공간 위주의 사유라는 세 가지

                 는 정역사상의 압권이다. 그러니까 하도낙서의 질서는 만물의 보편법칙을 너머 시공의 구성 근거
                 로 존재한다는 시간의 형이상학이라 할 수 있다.                  24)

                   왜 ‘하도=후천’, ‘낙서=선천’이며, 천지는 어떻게 미제괘와 기제괘로 설명할 수 있는가? 지금의
                 천지는 하도에 근거하여 낙서 방식으로 생성 진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낙서를 거쳐 하도 세상으로

                 복귀한다는 전제에서 하도를 먼저 말했던 것이다.
                   천지가 걸어가는 길은 『주역』 세상이다. 왜냐하면 64괘는 건곤에서 시작하여 기제괘旣濟卦(䷾)

                 를 거쳐 미제괘未濟卦(䷿)로 끝맺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간이 과거 → 현재 → 미래로 흐른다는 낙
                 서의 논리가 전제된 발언이다. 한마디로 『주역』의 괘상으로는 하도낙서의 방향성을 설명하기 불

                 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니까 괘상이 하도낙서에 근거하듯이, 『주역』이 『정역』에 근
                 거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낙서가 1에서 시작하여 10을 지향하는 선천 상극의 논리라면, 하도는 10에서 1로 나아가는 후
                 천 상생의 논리인 것이다. 그러면 왜 천지가 움직이는 길을 선천 낙서의 기제와 미제라고 했는가?

                 그 근저에는 시간의 ‘쌍방향성’이 하도낙서의 본질이라는 것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하도와 낙
                 서는 생명의 숫자로 헤아릴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천부경』의 ‘일적십거’라는 명제 속에 이미

                 하도와 낙서의 이치가 은폐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河圖(順=倒의 방향, ‘→’)                         洛書(逆의 방향, ‘→’)
                       10→9→8→7→6→5→4→3→2→1                     1→2→3→4→5→6→7→8→9⇢10

                                       火 水                 火 水    水 火                水 火

                                未濟의 논리                                   旣濟의 논리

                                                   하도와 낙서의 두 방향



                 24) 김일부는 하도낙서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조화옹의 의지라고 믿을 정도였다. 그는 『정역』을 하도낙서에서 시작하
                 여 하도낙서를 끝맺은 다음에 그 결과물을 정역팔괘도로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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