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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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과 정역사상” 양재학
최석정의 『구수략』이 유명한 이유는 세계 최초로 9차 직교라틴방진을 고안했기 때문이다. 마방
진魔方陣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9차 직교라틴방진은 가로 세로 9칸씩 81개의 칸에 숫자가 1에
서 9까지 하나씩 들어가는 방진이다.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합이 같다는 특징
이 있다. 그것은 수학계의 베토벤, 해석학의 화신으로 불리는 스위스의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가 최초로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석정이 67년 앞서 발표했음이 최근 인정되
었다.
도표 (A)는 낙서의 도상이며, 도표 (B)는 가로 세로를 통틀어 공통으로 1, 2, 3, 4, 5, 6, 7, 8,
9가 배치되어 있다. 그것은 마방진의 변형을 통해 낙서가 사방으로 발전 확대되는 방식을 수리화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는 모든 곳에 존재하면서 만물을 융합하고 소통시키는 질서를 제공한다. 19) 그러니까 수학은
만학의 여왕일 수밖에 없다. 수학과 음악을 통해 우주의 근원에 다가섰던 피타고라스에 의하면,
“산술은 수 자체를 공부하는 것이고, 음악은 시간에 따른 수를 공부하는 것이며, 기하학은 공간에
서 수를 공부하는 것이고, 천문학은 시간과 공간에서 수를 공부하는 것이다.” 20) 수는 자연이 규칙
적인 패턴으로 전개되는 원리인 동시에 그것을 알 수 있는 강력한 사유의 도구가 된다. 수가 없이는
한 순간도 사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수학은 문명을 떠받쳐온 거대한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채침의 “수는 사람에 말미암아
일어나고, 수는 사람에 말미암아 이루어진다. 만물은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數由人興, 數由
人成. 萬物皆備於我]”는 말은 곧 자연은 수학적 본성을 바탕으로 생성되고, 수학은 인간 전체를 꿰
뚫는 인문학의 성격을 띠고 출현했다는 것을 뜻한다.
자연의 수학화를 시도한 피타고라스(Pythagoras: BCE 582?-BCE 500?)는 만물이 수에 의해
형성되었고, 수는 자연 전체에서 으뜸가는 것이기 때문에 수들의 요소가 만물의 요소들이며, 온
우주가 조화이자 수라고 믿었다. 자연의 수학화는 ‘수가 하늘과 자연을 만들어낸다’라는 우주론과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수를 지니고 있다’라는 인식론에 두 발로 딛고 서 있다. 수는
우주와 인간 정신을 이어주는 튼튼한 교량인 셈이다. 21)
4. 『천부경』과 『정역』의 연결 고리- 하도낙서의 順逆 논리
『천부경』과 『정역』을 꿰뚫는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곧 하도낙서일 것이다. 김일부는 하
도낙서에서 출발해서 하도낙서로 끝맺으면서 그것을 하나로 통합하여 정역팔괘도正易八卦圖를
19) 『洪範皇極內篇』 1, “物有其則, 數者, 盡天下之物則也.”
20) 이광연,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서울: 한국문학사, 2014), 49쪽.
21) 김용규, 『생각의 시대』(서울: 살림, 2016), 331-440쪽 참조. 神을 얘기한 Platon은 “신은 끊임없이 일하는 기하학
자”라는 말을 남겼고, Galilei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책은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다”고 했으며, Leibniz는 “하느님이
계산하시니 세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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