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P. 156

정신문화 분과


                   그런데 울주 대곡리의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의 암각화는 지리상 직선거리로 1.2킬로미터에 불

                 과한 점은 연구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토록 가까운 공간적 인접성을 통해 두 암각화 제작
                 집단간의 문화상을 고찰해볼 여지를 느끼게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두 곳의 암각화가 비교적 지근

                 거리에 자리하고 있음에 비해 정작 그 표현된 도상의 전체분위기는 사뭇 달라 연구자를 적지 않게
                 당황하게 이끈다. 그 같이 두 암각화의 도상 구성 내용이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음은 두 암각화제작

                 집단이 ㉠ 시기상 각기 달리 해당 지역을 점유했을 가능성 ㉡ 두 암각화제작집단이 설령 거의 같은
                 시기에 해당지역을 점유했더라도 구현했던 생활문화상이 이질적으로 달랐을 가능성 ㉢ 같은 시기

                 에 같은 생활문화상을 공유하던 집단이더라도 性別的 분리 개념에 따른 도상의 이질적 표현 가능
                 성 등이 추론될 여지를 남기고 있어 두 암각화 연구가 결코 단순한 맥락에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예고하고 있다.
                   어떻든 울주 대곡리와 천전리에 걸쳐 이루어진 선사암각화는 한국 선사문화를 이해하게 하는

                 미술자료로서 그 의미는 지대하다. 대곡리암각화의 경우 그 상하 높이는 무려 3.5미터에 이르고
                 좌우폭은 무려 대략 8미터 남짓으로 알려져 있어 규모면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크기임에 놀랍기만

                 하다.



                   3) 고단한 삶이었지만 꿋꿋하게 풍요의 그날을 꿈꿨던가!



                   한국 선사암각화의 대표적인 유산으로 여갈 수 있는 게 울주대곡리암각화이다. 이 암각화의 주
                 암면을 하부에 베풀어진 도상들은 초기 암각제작을 하던 당시 점유인들의 사회적 양태를 짐작하

                 게 하는 소중한 미술자료이다.
                   울주 대곡리 암각화 주암면의 하부를 보면 처음에 분할된 고래의 도상(A-1)을 보게 된다. 사람

                 의 도상이 아닌 고래의 도상, 그것도 고래의 몸에 이리저리 금이 그어진 모습을 암각하였음을 알게
                 된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아마도 당시의 점유인들에게 가장 관심의 대상은 식료자원의 확보문제

                 였을 것이다. 금이 그어져 분할된 고고래의 몸은 바로 그 같은 절박했던 당시 점유인들의 식료문제
                 의 중대성을 느끼고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같은 위치에서 살이 발라진 짐승의 서덜(잔해)이 표현

                 된 도상(A-2)이 보인다. 짐승의 잔해인 서덜은 대체로 뼈일 수 있는데, 짐승의 뼈는 당시 인류가
                 쓰던 각종 도구의 재료가 되었던 점을 고려하게 된다. 따라서 울주 대곡리암각화 주암면의 서덜(짐

                 승 잔해)은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짐승의 뼈를 중요시했던기를 표현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역시 같은 위치에서 표현된 지상의 동물들의 모습(A-3, A-4)을 보면 그 몸집의 크기인

                 體長이 매우 크게 표현되어 있다. 이미 설명한 분할된 고래의 체장과 견주어볼 때 결코 작게 보이질
                 않는다. 그러한 크기의 비율은 당시 사람들이 포획했던 고래가 실제 거대 고래가 아닐 수 있음을

                 추정하게 한다. 크기가 작은 고래를 포획했을 개연성을 이끌어낸다.






                 156
   151   152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