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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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弘益人間)’의 바른 뜻에 대한 한 연구 박정학
우리 역사 속에 이런 실천 중시 문화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소도(蘇塗)를 들 수 있다.
소도(蘇塗)를 처음 만든 먼 옛날에는 한자가 없었으니 ‘蘇塗’라고 하지 않고, 순수한 우리말로 했
을 것이다. 뭐라고 했을까? ‘소도(蘇塗)’의 한자 의미에서 그 내용을 추리해볼 수 있다. 옥편을 찾으
면 ‘깨 蘇’ ‘칠할 塗’라고 나온다. ‘깨치는 곳’이었다는 추리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이런 해석을 한
사람은 없지만, ‘소도’는 배우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실천하도록 깨치는 것을 도와주는 곳’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이 실천을 중시한 우리나라 고유문화의 중요한 줄기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도
학교는 단순히 지식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그 배운 지식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실천 의지를
불어넣어 주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화랑들의 수련법이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흥왕 37년 조에는 ‘화랑들은 혹은 도의(道義)로써 서로 연마하고, 혹
은 노래와 음악으로써 서로 즐겨서 산과 내를 찾아 노닐며 멀리까지 이르지 않은 곳이 없었다’는
기록이 있다.
울주군 천전리 등 전국에 그런 유적이 많이 남아 있듯이, 말로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몸으로 실천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도록 도와주는 교육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도 백성들이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실천하는 것
을 돕기 위해 이루어졌다. 홍익인간 재세이화와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증거자료다.
이 외에 앞에 소개한 다양한 겨레 문화 역시 너와 내가 ‘우리’로 하나 되게 하는 홍익인간 이념의
실천 방법들이다. 가정이나 교육기관에서 그런 실천을 강조했기 때문에 그런 문화가 많이 남아 있
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 조상들은 백성들이 ‘배움’을 넘어 ‘깨침’을 얻어 실제 생활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교화(教化)하는’ 교육제도를 개발하여 운영했기에 나라가 어려울 때 어김없
이 의병들이 나타나서 나라를 구했던 것이다. 참으로 앞선 생각에서 나온 교육제도였다. 지금도
이런 교육제도가 살아났으면 한다.
이상의 우리 민족정신과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고유문화를 살펴보았듯이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식량 갈등으로 멀어졌던 너와 나 사이를 ‘우리’로 가까워지
게 하여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식량 생산을 많이 해야 한다’는 실천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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