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1 - 국제학술문화제-동북공정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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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대 문명 역사공정에 대한 대응전략 이일걸
그러나 중국 학계는 ‘삼과병(三戈兵)’은 상대 말기로 비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학계가
맹신하고 있는 ‘고사부정론’의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중국에서 연구과
정을 끝내고 귀국한 한국의 젊은 학자들 역시 중국학계의 이론을 맹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학자들의 저서를 통해 연구한 학자들 역시 이와 같은 ‘고사부정론’에 경도된 중국의 학설을
맹신하였다.
또한 청동기 예기에는 각 종족을 상징하는 족휘(族徽)가 새겨져 있으며, 개인의 이름을 뜻하는
문자나 동물의 형태가 새겨져 있는 명씨이기(命氏彛器)에 숨겨진 의미를 중국 학계는 알지 못하였
으며, 아예 무시하거나 다르게 해독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에 파생되어 나타나는 해악으로는
진실이 왜곡되고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첫 사례는 이형구의 1979년 1월 5일 경향신문 기사에 발표된 ‘기자조선’시기의 청동
기 유물들의 발견이었다. 이 청동기 유물에 새겨진 명문이 ‘기자(箕子)나 고죽국(孤竹國)을 의미한
다고 주장하고 기자동래설을 제기하였다. 또한 고죽국이 기자조선의 봉지(封地)라고 단정하였
다. 89) 물론 이 사건은 객좌현 출토 청동기의 제작 비정시기와 명문(銘文) 내용의 잘못된 해독으로
비판받았지만 우리 학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였다.
물론 당시 청동기에 새겨진 명문의 잘못된 해석은 이형구의 은사인 중국학자였지만 이를 무비
판적으로 받아드린 이형구의 잘못이 매우 커다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고사부정론’에 오염된 중국
학계의 오류에 가득한 학술 이론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2. 청동기 비정의 오류와 왜곡된 명문(銘文)의 해석을 게재한 박물관
도록의 문제점
중국학계의 ‘고사부정론자’의 착오와 그 영향이 실로 막대하였으며, 송나라 이후 설상공(薛尙
功)과 구양수(歐陽修) 등 여러 학자들의 고청동기 단대(斷代)의 착오보다 훨씬 심각하였음을 이미
駱賓基는 비판하였다. 90) 이와 같은 왜곡된 중국학계의 이론들이 하나 둘 유입하기 시작하였다. 오
랫동안 중국학을 연구한 노학자들은 물론 중국에서 연구한 젊은 학자들조차 ‘고사부정론자’에 오
염된 학술 이론을 번역하거나 논문을 작성하여 국고(國庫)를 낭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표적인 예를 들면,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상해박물관과 협력하여 개최한 ‘중국고대
청동기 특별전’에 제작하여 배포한 『중국 고대 청동기』에 소개된 청동기에 대한 내용과 논문에서
왜곡된 중국자료를 인용하거나 전혀 다르게 기술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89) 이형구·이기환, 『코리아루트를 찾아서』, (성안당, 2010), 275-276쪽.
90) 駱貧基, 김재섭 등 역,『金文新考』上,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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