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국제학술문화제-가야사/환단고기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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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任那興亡史』를 통해 본 末松保和의 한일 고대사 인식  채정웅



                   末松의 학술사에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今西龍와 黑板勝美를 들 수 있다. 黑板은 동경제대를 졸업

                 한 末松를 조선에 불러 조선사 편수회의 수사관보로 근무하게 하였고 今西龍은 『조선사』1편인 신
                 라 통일 이전 편의 집필 책임자로 末松는 그를 보좌하여 조선 고대사 집필을 도왔다. 총독부 소속의

                 역사 편찬 기관에서 문헌 연구와 유적 발굴 등의 학술 활동을 독점하는 식민주의 역사학자로서의
                 출발은 이후 그의 학문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식민지 통치의 원활화라는 정치성과

                 실증을 도구로 하는 근대성이 혼재하는 당시 일본인 연구자들의 연구 행태를 답습하게 된다.
                   今西龍은 1906년 경주를 답사하였으며, 1907년에는 김해 패총을 발굴하였고, 1909년에는 하

                 기노 요시유키와 함께 평양 주변을 조사하기도 하였다.                     2)
                   그를 보좌하여 조선사 고대편을 서술한 末松는 사료를 재배치함으로써 식민주의 통치에 맞게

                                                                    3)
                 기억의 사회화 과정을 바꿀 수 있는 원천지식을 제공하는  과정을 배우면서 식민주의 역사학자로
                 서의 고대사에 대한 인식을 강화할 수 있었다.

                   한편 黑板은 ‘대일본고문서’와 ‘신정 증보 국사대계’를 교정 출판한 사료학의 대가인데, 末松는
                 그에게서 사료의 수집과 정리 등 사료학의 체계를 배우게 된다. 사료를 수집, 정리 분류하는 과정

                 에서 사료의 취사선택과 왜곡이 가능함을 깨닫게 되고 黑板가 고조선 관계 사료를 의도적으로 배
                 제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末松가 黑板의 부탁에 의해 한국에 건너와 조선사편수회의 일원으로 ‘조선사’집필에 참여하게
                 된 이후 그의 학술 활동 과정에 있어서의 조선 고대사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저작으로 ‘朝鮮史のし

                                      4)
                 るべ(朝鮮總督府:1935)’ 가 있다. 조선총독부가 조선사를 대중에게 읽힐 목적으로 편찬한 이 책
                 은 시대 구분을 고조선-낙랑-임나-신라로 하는 식민역사학자들의 인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은 ’고조선의 역사는 漢民族에 의한 소극적인 식민의 역사이고 낙랑군 시대는 적극적인 식민의
                 역사‘ 이므로 한국은 중국에 오랜 기간 지배받고 그 문화의 영향 아래 지내왔다는 한국사의 타율
                      5)
                 성과 정체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일제가 패망하고 그가 귀국해 학습원(學習院) 대학에
                 서 강의하며 『임나흥망사』를 저술할 때까지 변함없이 지속되었고, 한국에서 관학자로서 체득한

                 그의 역사 인식은 일생동안 그의 학문 세계를 지배하였다.
                   임나흥망사 제1장‘임나사 연구의 회고’의 첫머리는 ‘임나의 연구는 上代일본의 대외 관계사의

                 일부분이므로 임나 역사재료(史料)의 대부분을 포함하는 日本書紀의 연구야말로 임나 역사재료
                 (史料) 연구에 다름이 아니다. 그러한 의미에 있어서, 임나사 연구 과정을 더듬어 가는 것은 곧 日本

                 書紀 연구의 과정을 뒤쫓는 것이다’라는 그의 언설로 시작되고 있다.  이는 일본서기를 末松가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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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林直樹 「今西龍と朝鮮考古學」 『靑丘學術論集』 14, (1999) pp. 53-55.
                 3) 신주백 「末松保和(1904~1992)의 학술사와 식민주의 역사학」 『동방학지』 제183집, (2018) p.198.
                 4) 末松이 이 책의 저자로 참여하였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으나 그는 藤田亮策 田川孝三 등과 함께 책의 후기에
                 이름이 올라 있다.
                 5) 신주백, 위의 책, pp. 204-205.
                 6) ‘任那の歷史は 上代日本の對外關係史の一部分であるから 任那の歷史の材料の大半をふくむ 日本書紀の 硏究は 任
                 那の歷史の材料の硏究にほかならぬ。その意味に於て任那史硏究の過程をたどらんとするものは  當然  日本書紀硏究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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