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대한사랑 2025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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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비유해 이르는 사자성어를 써 놓았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이 산에
위치한 흥 부엉[웅왕] 사원이 갖는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
산에는 흥 부엉 사원이 세 군데 있다. 사원이 위치한 곳에 따라 아랫 사원
[Low Temple], 중간 사원[Middle Temple], 윗 사원[Upper Temple]이라고 한다.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아랫 사원까지 올라가 보니 입구에 흥미로운 글귀
가 써진 비석이 보였다. 베트남어로 써져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전날 저녁
늦게 구한 현지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물을 마시면서 그 근원을 생각하라.
베트남 국경일 흥 부엉[雄王] 기념일
베트남에서는 매년 음력 3월 10일에 국가주석과 당 지도부 인사들을 포
함해 수많은 국민들이 흥 부엉 사원을 찾아 제례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다
고 한다. 이날은 국조(國祖)인 흥 부엉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국경일로 다
채로운 행사를 진행하는데, 가이드의 말로는 전국에서 80만 명 정도가 모
인다고 한다. 나중에 찾아보니 국경일로 지정된 지 17년[2008년 지정]이 되
었는데 흥 부엉 기념 제례식은 2012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
재되었다. 가이드의 고향이 비엣찌 시인데 너무 사람이 많아서 그날은 이
곳에 온 적이 없다고 했다. 가이드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건국절인 개
천절을 어떻게 기념하고 있는지 되새겨 보게 되었다.
아랫 사원의 전경은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입구 건물
을 통과해야 신위를 모신 본 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제복을
입은 사람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사원 내부의 모습은 찍을 수 없었
다. 흥 부엉의 신위를 모신 제단에는 제물이 가득 차려져 있었고 특이하게
사자성어로 된 현판이 많이 걸려 있었다. 그 사자성어를 누가 언제 썼는지
에 대해서 가이드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은 하나같이 국조
(國祖)에 대한 위격과 그분의 공덕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했다. 참고로 베트
남은 오래전부터 한자 교육을 중지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자를 읽지
못했다. 대부분의 유적지에 한자로 된 사자성어나 글귀들이 많았지만 현
지인들은 전혀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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