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대한사랑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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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최원호 : 제가 알기로는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을 오랫동안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헐버트 박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김동진 : 제가 대학 3학년 수업 때 헐버트 박사의 『THE PASSING OF KOREA』라는 책
                      을 알게 됐어요. 당시에 영문과 교수들이 ‘패싱’을 주로 ‘지나간다’라고 해석을 했

                      는데, 신복룡 교수 같은 역사학자들은 ‘멸망’이나 ‘죽음’으로 해석했어요. 그때 제
                      가 신복룡 교수한테 강의를 들으면서 헐버트 박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원래

                      상업학교를 나와서 한일은행에 다녔는데, 건국대 2부 대학에 다니게 됐어요. 그래
                      서 낮에는 은행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법학과에서 공부했어요. 그때 신 교수님이 영
                      문학자들이 ‘패싱’을 ‘스쳐 간다.’라고 번역하는 것은 잘못한 거라고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최원호 : 그게 몇 년도 이야기입니까?
                      김동진 : 제가 군대 갔다 와서 3학년에 복학을 했으니까 1976년도 일입니다. 그래
                      서 이 책을 읽어봐야 번역이 제대로 됐는지를 알 수 있겠구나 싶어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죠. 근데 나중에 보니까 책 앞부분에 미농지로 해서 고종황제
                      사진을 실은 거예요. 굉장히 겸손한 분인거죠. 그리고 앞에 ‘헌사’ 성격의 글이 있

                      어요. 고종황제와 한국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썼어요. 이 내용이 저를 감동
                      하게 했죠. ‘지금 당신들의 역사가 죽어가고 있지만, 후세대를 위해서 죽음이 아니

                      라는 것을 증명하게 될 한민족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는 내용이예요. 1906년에 나
                      온 책이니까 ‘너희들이 지금 일본한테 을사늑약으로 나라를 잃어가고 있는데, 다시

                      잠에서 깨어나서 나라를 되찾을 것이다 또는 되찾아야 한다.’라는 명령을 하신 거
                      예요. 이걸 읽어보면 감동할 수밖에 없어요. 그때는 이 책을 다 읽는데 1년이 넘게
                      걸렸어요. 제가 그때 3학년이었는데 ‘왜 이런 인물이 세상에 안 알려졌을까? 나라

                      도 알려야 되겠다’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제가 ‘나중에 입신양명을 하면 해야 되겠
                      다.’고 생각을 했어요.



                      최원호 : 그럼 20대 시절에 헐버트라는 인물을 처음 알게 되면서 기념사업에 뜻을

                      가지셨군요.
                      김동진 : 예. 그런데 제가 1978년에 미국 은행으로 이직을 하게 됐어요. 체이스맨허

                      튼 은행이었는데요. 지금의 JP모건체이스 은행이에요. 거길 가서 미국 친구들과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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