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월간 대한사랑_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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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 그런데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한국인의 생활 문화나 이런 걸 그대로 지
키고 사신 거네요.
신조야 : 예. 지금 한국에는 없어진 게 우리한테는 있어요. 4월 5일 한식에는 조
상 무덤에 가서 아침 식사를 대접해요. 5월 5일 단오절에는 점심밥을 조상들에
게 대접해요. 추석에는 저녁밥을 대접하구요. 조상들 생일 제사도 챙겨요. 제사
라는 게 끝이 없어요. 그래서 내가 이런 말도 할 때가 있어요. 살아 계실 때 그만
큼 잘해줬더라면 그분들이 그렇게 불쌍하게 많이 돌아가셨겠냐구요.
최원호 : 그 어려운 환경에 갑자기 강제이주 당했는데도 고국의 문화를 지키고
사셨다는 게 대단하다는 말씀밖에 생각이 나지 않네요.
신조야 : 그래서 한국 들어올 때 무덤에 가서 엄마 아버지한테 용서를 빌었어요.
이렇게 두고 나가니까 “이제는 영원히 다른 나라로 떠납니다. 이해해 주시오. 아
버지가 그렇게 고향 가보고 싶어 했는데, 아버지는 못 가게 되고. 그래도 우리는
그 고향을 가보게 됐습니다.” 무덤 앞에서 이랬어요.
최원호 : 그 심정이 어땠을까요?
신조야 : 엄마가 돌아가실 때 내가 물어본 적 있어요. “내가 어떤 옷 입혀서 보내
줄까요?” “나 한복 입고 싶다. 나는 한복 입고 갔으면 좋겠다.” 세상에 연해주에
서 강제로 와서 한 번도 한복을 못 입고 살았는데, 한복 입고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지금이야 한국에서 보내줄 수도 있지만 그때(1998년)는 그런 게 없
었어요. 그래서 그 전에 내가 한 번 본 기억으로 밤에 천 떠다가 아침에 입혀서
떠나보냈어요. 그때는 내가 엄마의 그 말을 이해 못했어요. 한국 와서 한복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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