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월간 대한사랑_9월호
P. 48
최원호 : 예. 그런데 아직까지 고려인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귀화하는 것이 아
주 제한적이잖아요. 3년 비자 계속 연장해가면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신조야 : 그게 아쉬운 거예요. 고려인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애들 다 데리고 들어
왔어요. 한국에서 영원히 살겠다고 하면서 여기 정착한 지 10년 넘은 사람들이
다 낡은 아파트 사서 살아요. 그런데 명의는 자녀에게 옮겨 놔요. 왜 본인은 외국
인이니까. 국적을 받아서 살아야 되잖아요. 근데 국적 받기가 쉬운 게 아니에요.
갈수록 더 힘들게 돼요. 면접 보는 것도 어려운데 조건 중에 하나가 부부가 연간
4,500만 원 이상을 벌어야 돼요. 한국 사람들도 부부가 1년에 4,500만 원 벌기
힘들어요. 그만큼 벌려면 1년 12달 내내 야간 수당 같이 보태서 일해야 돼요. 그
런데 회사에서 일이 있을 때 있고 없을 때 없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그렇게 돈
벌 수 있겠어요?
최원호 : 국적 취득하기 위한 기준이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군요.
신조야 : 우리 고려인들이 이렇게 말해요. 우리 고려인들은 북한보다 더 멀리서
살고 있었지만, 북한 사람들은 넘어오면 지원도 받고 하잖아요. 우리는 지원해
달라는 말 안 한다. 우리는 국적만 주면 여기서 뿌리 내려서 열심히 일하겠다. 지
금 고려인 애들이 다 한국에서 태어나잖아요. 그 애들이 절대 우즈베키스탄으로
안 가요. 애들이 그쪽으로 간다고 하면 막 난리를 쳐요. 원래 구소련으로 들어간
고려인들은 대부분 독립군 후손들이잖아요. 그래도 지금 고려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못 받는 H2나 F4 비자를 받아요.
1)
최원호 : 지난번에 지역의 고등학교 학생들하고 이야기를 한 내용이 책으로 나왔
던데요.
신조야 : 고등학교 학생들이 찾아와서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했어요. 어디서 태
어나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고려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얘기하니까 책을 써
1) H2-방문취업비자로 체류 기간은 3년이며 연장 가능하지만 최대 4년 10개월 체류 가능한 비자.
F4-재외동포들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국내에 체류하기 위해 필요한 체류자격 비자로 최장 3년이며
갱신을 통해 연장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비자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