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월간 대한사랑 7.8월호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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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8



                        60년간의 독백, 『윤치호 일기(尹致昊日記)』

                          『윤치호 일기』는 윤치호의 생애 중 1883년부터 1943년까지 60년간(아마도 105인

                        사건으로 중간에 누락된 며칠의 일기를 제외하고) 벌어졌던 각종 사건과 행적을 담은 기록으
                        로, 그 당시 시중에 돌던 소문과 각 인물별 행적, 동정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실려
                        져 있다.

                          대한제국 시기 개화 지식인이었던 윤치호의 변절에 대해 일기를 들여다보면 젊
                        어서부터 그 싹이 보인다.


                           “내 나라 자랑할 일은 하나도 없고, 다만 흠 잡힐 일만 많으매 일변 한심하

                           며 일변 일본이 부러워 못 견디겠도다”(1888.12.29. 일기)

                           “만약 내가 마음대로 내 고국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일본을 선택할 것이

                           다. 오 축복받은 일본이여! 동방의 낙원이여”(1893.11.1. 일기)    1)

                          윤치호는 1889년 12월 7일 이후의 일기는 영어로 썼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봐

                        도 어려워하는 라틴어 계열 고급 어휘를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어법이나 문장 구
                        성도 거의 완벽하다. 그러나 그는 천부적 어학 능력을 나라를 위해서는 거의 활용
                        하지 않았다.



                          역사는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항일과 친일... 누구에게 돌을 던지기 위해서가 결코 아니다. 영국의 철학자 로빈
                        조지 콜링우드(R.G.Collingwood, 1889~1943)는 “역사는 인간이 무엇을 했는가 말함으로

                        써 인간이 무엇인가를 인간에게 말하기 위하여 존재한다.”고 했다. 나와 나의 후손
                        들만을 위하는 작은 마음에서 벗어나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한 역사의 증거와 평가
                        로써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엇갈린 선택을 엄중히 되새겨본다.








                         1)  《윤치호 일기》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의 정치인, 계몽운동가, 친일파로서 한 개인의 사상뿐 아니라 한국근현대
                          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후손들이 보관하다가 윤치호의 모교인 에모리 대학에 기증했다. 현재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에서 원문 및 국역 텍스트를,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 에모리 대학교 도서관에서는 원문 이미지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어 쉽게 열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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