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월간 대한사랑 7.8월호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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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결국 선생은 “한번 죽어 나라에 보답하는 것은 평소 마음

                을 정한 바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그 후 이 태극기는 항
                일독립운동의 사료적 가치가 크기에 국가등록문화재 제394호로 지정되었다.

                  ‘불원복’이라는 말은 <주역> 24번째 지뢰복괘(地雷復卦, ䷗)에 나온다. 지뢰복괘
                는 땅(地)속의 우레(雷)가 움직여서 회복(復)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복(復)’은 회복,

                소생한다는 뜻으로 어두운 암흑에서 벗어나 새 생명이 꿈틀거린다는 의미이다.
                또한 지뢰복괘는 24절기로는 바깥은 춥지만, 땅속에서는 따뜻한 양효(⚊) 하나
                가 태동하는 모습이 흡사 일양시생(一陽始生)하는 동지(冬至)와 닮아서 일 년 중에서

                는 음력 11월에 해당하는 복월(復月)에 배속한다. 지뢰복괘의 모습 또한 다섯 개
                음효(⚋) 가운데 땅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한 개 양효(⚊)가 차츰 커져 마침내

                회복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역(易)에서 양효는 광명·희망·대인을 상징하며, 음효
                는 암흑·절망·소인을 상징한다.

                  밤이 가면 낮이 오고 낮이 가면 밤이 오듯, 세상 이치란 궁극에 달하면 반드시
                돌아오는 음양의 순환 이법이다. 아무리 일제의 압제가 혹독하지만, 언젠가 희망

                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메시지가 ‘불원복’인 것이다.
                  어느 깊은 밤 고광순은 간절히 국권회복을 기원하며 괘 하나를 뽑았을 것이
                다. 그 괘가 바로 「지뢰복괘(초구)」였다. 거기에 쓰여 있는 “머지않아 회복함이라.

                뉘우치지 않으니 크게 길하다(不遠復 无祗悔 元吉)”라는 구절에서 ‘불원복(不遠復)’ 태
                극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국권회복의 뜻을 가진 광복이라는 말에서 필자는 광보다 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제 압제의 사슬로부터 풀려난 해방[光] 못지않게 새 나라를

                건국[復]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뢰복괘도 회복한다는 복
                (復)에 방점이 있어서 맨 밑에 있는 양효(⚊)가 주효(主爻)가 되는 것이다. 또 『주역』

                의 시간론인 종시(終始), 즉 마침(終)과 시작(始)으로 보면, 복괘는 추운 겨울이 끝나
                고(終) 새봄이 시작(始)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광복은 일제로부터 해방(終)
                되어 대한민국이라는 새 나라가 수립(始)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올해로 광복된 지 벌써 79년이 흘렸다. 비록 나라는 광복이 되었어도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 등으로 이 땅에 진정한 ‘역사광복(歷史光復)’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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