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월간 대한사랑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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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사냥은 아주 오래된 스포츠이자 인기 많은 오락이었기에, 수많은 나라들
이 매사냥을 전통 문화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러던 차에 2010년 유네스
코에 18개 국가의 무형문화 유산으로 ‘매사냥’이 등재되었는데, 대한민국도 당당
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대한민국 일상에서 매사냥은 다
소 생소합니다. 하지만, 70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930년
대 한국에서 매 한 마리 가격이 최소 쌀 5~6가마였으며 사냥 잘하는 매는 더 비
쌌다고 합니다. 작은 매 한 마리가 왜 그리 비쌌을까요? 야생매를 길들이는 것은
꽤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매를 키우려면 특성을 잘 알고 훈련시키고 돌보는 방법
에 밝아야 합니다. 매와 주인 사이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마치고 나면 비로소 둘도 없는 사냥터의 동료가 됩니다.
흔히, 매 사냥을 귀족 스포츠라고 합니다. 매 한 마리 가격도 꽤 비싸지만, 매일
육식성 먹이를 충당해야 합니다. 매일 닭 한 마리씩 먹이로 준다 해도 비용이 만
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매를 훈련시키고 사냥시킬 때 주인이 매번 맨발로 뛰어서
쫓을 수 없기에 승마는 필수입니다. 말 가격이 지금으로 치면 중고 승용차 한 대
값 이상입니다. 말을 키우려면 마구간도 있어야 하는군요. 더구나 말에게 먹일 사
료까지, 매와 말은 아주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 소유물입니다. 대충 헤아려봐도,
돈이 많이 드는 부자 스포츠, 귀족 스포츠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01. 사냥터의 친구들
봄철 꽃잎이 휘날릴 때면 꼭 생각나는 고구려 벽화(장천 1호 무덤)가 있습니다. 거
대한 신단수(신성한 나무)가 중심에 자리하고, 그 나무를 주변으로 사람들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마치 축제 한마당을 그린 듯, 씨름하는 사람들, 묘기를 부리는 사람
들, 악기를 연주하고 사람들이 어우러져 춤추며, 바람에 꽃잎이 휘날리는 영화 같
은 장면입니다. 아마도 무덤의 주인이 살아 생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을 것입
니다. 시선을 조금 옮겨보면 큰 강아지 한 마리가 여유롭게 배를 땅에 붙이고 주
인을 기다리고, 큰 개 아래쪽을 보면 매 한 마리가 새를 쫓고 있습니다. 그 오른쪽
으로 또 다른 매 한 마리를 팔뚝에 올린 매 사냥꾼도 보입니다.
그러면 우리 선조들은 언제부터 매사냥을 즐겼을까요? 아쉽게도 그 시작을 명
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새 토템으로 대표되었던 동이족 문화, 고조선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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