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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과 정역사상” 양재학
성리학性理學은 이 세상이 생기기 이전이 선천 즉 하도의 본원[本體]이며, 하도의 프로그램에 따
라 선악이 혼재된 현실로 나타난 낙서의 세상[作用]이 곧 후천이라고 전제한다. 선천의 본체는 불
변이므로 체용의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성리학의 입장이다. 그러므로 성리학은 작용의
세계에서는 보편적 진리를 추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가치의 근원을 비롯한 모든 도덕적 행위의
정당성을 본체에서 찾았던 까닭에 애당초 체용의 전환 논리가 성립할 수 없었다. 애당초 본체와
작용의 범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르게 김일부는 성리학을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체용 전환의 논리를 정립했다. 『정
역』 상수론의 요체는 하도낙서에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체용 전환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의 시간
대(선천)를 중심으로 보면 낙서의 작용[用]이 본체[體]인 하도의 고향으로 회귀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이 관계가 바뀌면[互體互用, 用變不動本] 후천은 낙서가 본체요, 하도가 작용으로 전환되
는 논리가 성립한다. 42)
성리학은 본체와 작용이 서로 떼려야뗄 수 없는 함수 관계로 존재한다고 했다[體用一源, 顯微無
間]. 본체는 불변의 실재이고, 작용은 가변성의 세계라고 설정하면서 이상과 현실의 범주로 이원화
했다. 하지만 김일부는 본체와 작용의 역전 논리를 개발하여 새로운 시공 질서가 수립되는 이치를
해명함으로써 정역사상의 확고부동한 객관성과 합리성을 보강했던 것이다. 43)
8. 『천부경』, 한민족 수학의 원형
계연수桂延壽(1864-1920)는 한민족 수학의 원형인 『천부경』과 『삼일신고』는 낭가郎家의 『대
학』과 『중용』에 해당된다고 했다. 44) 『대학』은 유교의 학문 방법론을, 『중용』은 유교의 형이상학
과 불변의 도덕적 가치인 중中의 이념을 강조한 경전이다. 그만큼 ‘1․3․9․81’ 수의 법칙으로 구성된
『천부경』은 한민족의 정신 세계를 대변하는 최고의 경전이라는 뜻이다.
『천부경』에 깊숙이 새겨진 수학의 핵심은 무엇일까? 『천부경』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하나는
시작이나 무에서 시작된 하나이다. 이 하나가 세 가지 지극한 것으로 나뉘어도 그 근본은 다함이
없다.” 45) 『천부경』의 수학은 이 글귀에 잘 녹아 있다. ‘1-3’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하나가 셋으로
분화되고, 셋은 다시 하나로 귀결된다는 논리다. 1의 자기 분신이 3이요, 3의 부모는 곧 1이다. 이
러한 ‘1-3’ 원리의 자기 복제가 ‘9-81’의 형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1-3-9-81’로 전개되는 『천부
경』의 논리는 생명의 수학에서 말하는 ‘프랙탈(Fractal)’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1-3-9-81’의 기초는 ‘1-3’이다. 비록 3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은 매우 많으나, ‘셋’이라는 구조
42) 양재학, 「조선말 김항 정역사상의 역학사적 의의」『선도문화』22권(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2017), 62-63
쪽 참조.
43) 양재학, 앞의 논문, 66쪽 참조.
44) 『桓檀古記』 凡例, “天符經 三一神誥, 兩書全文, 俱在篇中, 實爲郎家之大學中庸也.”
45) 『天符經』, “一始無始一, 析三極 無盡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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