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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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과 정역사상”  양재학



                 卦는 ‘6수를 사용한다’       50) 고 했다. 그러면 『주역』은 왜 용구용육用九用六으로 만물의 변화를 설명

                 했는가라는 물음이 뒤따른다.
                   건괘 9수의 근거는 10이고, 곤괘 6수의 근거는 5다. 그러니까 건괘는 10을 근거로 삼아 9로 작

                 용하고, 곤괘는 5를 근거로 삼아 6으로 작용하는 체계로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건괘는
                 ‘체십용구體十用九’, 곤괘는 ‘체오용육體五用六’으로 전개되는 원리를 바탕으로 『주역』이 성립되

                 었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서 복희, 문왕․주공, 공자에 의해 『주역』이 형성된 뒤 몇 천 년
                 뒤 조선에서 『정역』이 출현했으나, 원리의 측면에서는 거꾸로 『정역』에 근거하여 『주역』이 성립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51)



                 9. 나오는 말



                   동북 아시아 문명의 뿌리인 환국-배달-단군조선에서 꽃핀 문화의 실체와 성격은 무엇인가? 그

                 실마리는 『천부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의 원리로 우주론의 핵심을 밝힌 『천부경』은 81

                 자로 구성되었는데, 그 중에서 무려 31 자가 수數이다. 『천부경』은 9×9=81이라는 공식을 통해
                 만물의 생성 원리를 밝혔으며, 『정역』도 시공의 근본적 전환 문제를 9×9=81로 기초 삼아 시간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를 해명하였다.              52)

                   이 글은 만물의 생성 패턴을 법칙화한 ‘일적십거一積十鉅’가 하도와 낙서를 융합한 이치라는 전

                 제에서 출발하였다. ‘일적십거’의 수리에는 81의 근거가 내포되어 있다. 『천부경』 81자의 구성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흔히 판본학을 중시하는 『천부경』 연구자들은 노자 『도덕경道德經』의 81장,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소문素問”과 “영추靈樞” 81편을 비롯하여 양웅揚雄(BCE 53-ADE 18)의

                 『태현경太玄經』 역시 81장이라는 문화사적인 공감대에 의존하는 전통이 있다. 이를 넒은 의미에

                 서는 긍정할 수도 있으나, 수학적 필연성 또는 명확한 객관적 근거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천부경』 81자의 형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천부경』에 입문하는 길은 다양하지만, 그 최고의 코드는 하도낙서일 것이다.                           53)  『천부경』은 비



                 49) 『周易』 乾卦 卦辭, “用九, 見群龍, 无首, 吉.” 그리고 「象傳」은 “用九, 天德, 不可爲首也”라 했으며, 「文言傳」은 “乾元用
                 九, 乃見天則”라 하여 9수의 작용 법칙으로 『주역』의 체계를 설명한다.
                 50) 『周易』 坤卦 爻辭의 “用六, 以永貞”에 대해 「象傳」은 “用六永貞, 以大終也”라 하여 6수의 작용 법칙으로 곤괘의 성립
                 근거를 설명했다.
                 51) 양재학, 『단군왕검의 국가통치법- 홍범사상』(대전: 상생출판, 2020), 209-210쪽 참조.
                 52) 김일부는 『정역』에서 시공의 재편성을 통해 선천이 후천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밝혔다. 선후천 전환 이론의 밑바탕
                 에 하도낙서가 있다. 그는 낙서에서 하도로의 회귀가 곧 선천의 1년 365¼일에서 후천의 1년 360일로 바뀌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결론짓는다. 이때 낙서에서 하도로의 회귀는 본체와 작용의 전환을 통해 가능하다. 그것은 ‘體用不變’(본체
                 는 본체이고, 작용은 작용일뿐이라는 성리학의 근본 명제) 이론을 대체하여 선천의 본체가 후천에는 작용으로 바뀌고,
                 선천의 작용은 후천에는 본체로 바뀐다는 ‘체용의 전환[互體互用]’을 통해 과거의 형이상학에 대한 혁명을 부르짖었다.
                 53) 박영호, 「천부경 우리말 옮김 및 풀이」『천부경 연구』(법인창립 8주년 기념 천부경학술대회 자료집, 한배달, 1994),
                 203쪽 참조. “낙서의 배치는 우주의 구성이다. 낙서는 곧 하늘의 이음[符]인 天符印으로서 우주의 구성을 축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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