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국제학술문화제-천부경/국제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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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과 정역사상” 양재학
『천부경』은 우주의 구성을 하늘, 땅, 인간의 삼자가 원래부터 균형을 이루면서 존재한다고 했다.
다만 천지인의 논리적 선후 관계로는 하늘이 가장 앞서고[一], 그 다음은 땅이고[二]이며, 마지막이
사람[三]이라는 것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가치가 일정한 순서대로 정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7)
그 위상과 구조가 하늘은 위, 땅은 아래에, 사람은 하늘과 땅의 중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설괘전」이 괘 구성의 원칙을 설명한 점에서 『주역』의 근거가 『천부경』에 있다는 것이
반증되고 있는 것이다.
『천부경』의 수리 구조는 ‘1-3-(6)-9-81’의 형식을 띠고 있다. 그것은 『주역』의 ‘1-2-4-8-64’
8)
의 논리와 구분된다. 『천부경』과 『정역』의 동일성은 숫자 81을 구성하는 수리 철학의 중심에 있
다. 1은 무극 또는 조화옹造化翁의 의지, 3은 천지인 3재 또는 무극과 황극과 태극의 3극, 6은 하도
의 중심, 9는 낙서 수 9와 함께 그것의 확대판이 81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천부경』의 81이
만물의 생성 전체 과정을 표상하고 있다면, 『정역』은 시간의 모체인 원력原曆을 81로 상정하는 동
시에 선후천 전환의 종점을 시사하는 낙서에서 하도로의 교체 공식을 81로 매듭짓고 있다.
“아아! 오늘인가, 오늘인가! 63과 72와 81은 일부에서 하나 되도다. 9)
동서양 철학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 지금은 어디에 서 있으며,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
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김일부가 말한 ‘오늘’의 현재 시각이 몇 시인가를 묻는 시계 숫자판이 아
니다.
그것은 인류에게 지금은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절박한 시간대임을 일깨우는 교훈이다.
‘오늘인가, 오늘인가?’라는 감탄어는 지극한 인류애와 함께 미래에 대한 경고가 뒤섞인 물음이다.
비록 선천이 후천으로 뒤바뀌는 급박한 상황을 예고하는 일종의 종말론 언어일수도 있으나, 하늘
은 인류에게 새 하늘 새 땅을 안겨주기 위해 시간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시간은 하늘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이다. 유토피아라는 말에도 시공 의식이 개입되어 있다. 왜
냐하면 유토피아라는 말 자체가 지금의 세계를 초월한 피안彼岸에 설정했기 때문이다. 유토피아
없는 철학은 무미건조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63 + 72 + 81 = 216’이라는 공식 속에는 김일부
의 유토피아 사상이 담겨 있다. 다만 시간의 운행을 수학 형식으로 표현한 까닭에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하늘은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인간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63 + 72 + 81 = 216’의 전거는 『주역』에도 있다. 건책수乾策數 216 + 곤책수坤策數 144 = 360
7) 邵康節(1011-1077)의 元會運世說에 나타나는 “天開於子, 地闢於丑, 人起於寅”은 천지인이 각각 시간적 선후 관계에
의거하여 10,800년의 간격으로 출현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8) 『周易』「繫辭傳」上 11장,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八卦定吉凶, 吉凶生大業.” 『주역』이 2수 분화
의 논리에 기초했다면, 『천부경』은 3수 분화에 기초했다고 할 수 있다. 『주역』이 만물의 생성과 변화 법칙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천부경』은 만물의 구성 근거에 해당하는 수학적 질서에 핵심이 있다.
9) 『正易』「十五一言」, “嗚呼, 今日今日! 六十三 七十二 八十一, 一乎一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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