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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과 정역사상”  양재학



                   『천부경』은 우주의 구성 문제를 비롯하여 자연의 생성변화 원리와 인간 삶의 방향성을 알리고

                 있다. 상경은 우주에 대한 형이상학적 구성 원리를 다룬다. 중경은 우주가 처음으로 천지인의 기틀
                 을 갖춘 다음에 전개되는 실제의 작용을 다루고 있다. 하경은 인간의 자아 완성을 통해 천지인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 차원을 보듬고 있다.
                   그러나 『천부경』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만큼 다양한 것이 없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환단고기』의 위작 여부를 둘러싼 숱한 논쟁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하
                 나는 『천부경』을 『주역』의 음양오행의 시각으로 이해하는 까닭에 한민족 고유의 수학과 『주역』에

                 투영된 수리철학을 혼동하는 것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전자의 문제는 진본이 새롭게 발견되
                 기 전까지는 쉽게 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후자는 비록 똑같은 숫자를 사용했을지라도

                 수의 구조와 질서를 중시했는가, 아니면 변화의 작용을 중시했는가에 따라 범주 착오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천부경』은 본체의 영역과 작용의 영역을 모두 겸비했기 때문에 수학 원전으로서의 위상을 갖추
                 고 있다. 따라서 『천부경』이 자연의 생성과 변화를 설명한 『주역』의 수리 체계와 동일한 범주라고

                 착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천부경』 자체에 내재된 수리 철학을 분석
                 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며, 또한 이러한 작업을 통해 한국학이 중국학의 그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천부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근대의 여명기에 한국과 중국에서 활약한 철학자 전병훈全秉薰(1857-1927)이 『천부

                 경』을 철학사상서로 해석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는 『천부경』을 자신의 철학을 대표하는 글
                 로 삼아 1920년에 발간된 『정신철학통편精神哲學通編』의 첫머리에 실은 바 있다.                              3)

                   『천부경』은 1부터 10까지의 수 중심으로 이루어진 상수학象數學의 모범이다. 그것은 『천부경』
                 전체 글자 수 81 자체가 우주의 구성을 얘기하는 수리철학을 함축하고 있는데, 81은 낙서洛書의

                 극한을 뜻하는 9의 제곱수(9×9)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논의하려는 정역사상은 『주역』보다는 오히려 『천부경』의 수리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그러니까 정역사상은 『주역』에 대한 독립인 동시에 한국철학의 철저한 계승이라고 할 수 있
                 다. 『천부경』과 『정역』의 공통점은 어디에 있는가? 『천부경』과 『정역』의 연결 고리는 하도낙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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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다. 『천부경』은 직접 하도낙서河圖洛書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천부경』 81수를 분해하면 9수
                 낙서가 있고, 9수 낙서를 확대하면 81수가 성립한다. ‘일적십거一積十鉅’에서 낙서 9수와 낙서의

                 배후에 존재하는 10수 하도가 서로 겉과 속의 관계로 존재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전자가 만
                 물의 공간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면, 후자가 시간의 속살과 구조에 비중을 둔 점이 다를 뿐이다.








                 3) 김성환, 『우주의 정오』(서울: 소나무, 2016), 1002쪽.
                 4) 9수 낙서에 기초한 洪範九疇 또는 文王八卦圖 역시 『천부경』의 수학 공식과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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