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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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3) 소결



                   천전리 암각화의 경우, 대곡리의 경우처럼 인물도상의 군집양태가 확인되지 않아 당시의 점유

                 세력이 지닌 세계관을 파악하기가 쉽진 않다. 다만 암수로 여겨지는 동물들의 쌍들이 확인되고 여
                 성의 주요부분(여근)의 이미지로 이해가 가능한 마름모꼴의 연속된 표현양태를 통해 끊임없는 생

                 식을 기원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과연 홍익인간론과 관련이 있을지는 전혀 단
                 언하기 곤란하다. 다만 생식의 기원과 숭배 현상은 상고시기 암각화의 특징에 속하는 요소란 점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생식의 기원이나 생식숭배를 반영한 도상의 분포양상을 통해 천전리
                 암각화의 제작집단 안에서는 적어도 동물 또는 인류 모두 그 개체수가 양적으로 증가하기를 바라

                 는 소박한 관념이 존재했었음을 느끼게 된다.



                 Ⅳ. 맺는 글




                   필자는 한국의 상고시기 선조들의 세계관인 훙익인간의 관념에 주목하여 그 실체적 내용의 파
                 악에 고민의 여정을 이어온 입장이다. 따라서 『삼국유사』라는 문헌에서 제시한 홍익인간론의 구
                 체적 접근의 한 방법으로 선사시기의 거대 암각화인 울주지역의 대곡리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

                 를 통해 그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시도하였다. 하지만 울주지역의 선사암각화에서 홍익인간의 관

                 념이 분명하게 확인되지는 않아 만족할 단서를 얻는 데는 한계를 느꼈다. 그럼에도 일부의 도상들
                 에서 전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동일한 공동체의 이익을 소망하며 그것의 무난한 성취를 소망하
                 는 홍익지향성의 공동체의식을 추출할 수 있었음은 나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울주 대곡리의 암각화를 통해 인물군집도상들에서 희미한 홍익지향적 공동체의식의

                 실마리를 느낀 점이다. 곧 대곡리 암각화의 최상부에서 확인된 인물군상들이 일정한 시선의 일치
                 를 통해 합일된 의지의 반영을 드러내고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向우측방의 어로작업선을
                 향해 가장 근거리에 있는 사람은 춤을 추며, 중간 지점의 사람은 두 손을 모으고 있고, 맨 뒤의 사람

                 은 기다란 막대처럼 보이는 취주악기(피리)를 입에 대고 있는 모습은 언뜻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向우측방에 표현된 어로작업에 나서는 어로작업선에 세 사람의 시선은 하나로 일치
                 하기에 이 도상들은 일정한 의미를 반영한 관련된 이미지로 보아 무리는 없다는 소견이다. 곧 어로
                 작업으로 항행하는 사람들의 무운과 무사귀환을 빌던 마음의 일치인 것이다. 이러한 일치된 마음

                 이 헤아려지는 시선일치의 인물군집도상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한국 선대조상들의 세계관인 홍

                 익인간의 관념과 정확히 일치된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다만 공동체가 소망하는 공동의 이익을 이
                 루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일치된 마음과 염원이 표현된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면 그것은 홍익지향적
                 공동체의식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 또한 천전리 암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마름모꼴의 거듭된 표현

                 양태와 암수 동물의 쌍들이 다수 표현된 양태가 생식의 기원이나 생식숭배와 연결되는 점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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