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국제학술문화제-가야사/환단고기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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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 분과 2
서기가 한반도 점령의 논리를 제공하며 식민지 동화 정책의 경전이 되어 온 까닭은 바로 일본서기
의 이런 정치성에 있다.
임나흥망사는 ‘임나의 역사는 상대 일본의 대외관계사의 일부분이므로 임나 역사의 재료의 대
부분을 포함하는 일본서기의 연구는 임나 역사 재료 연구에 다름아니다’는 末松의 고백으로 시작
한다. 末松 본인이 스스로 전설에 불과하다고 치부해버린 임나 관련 몇몇 일본서기의 기사들은 지
금도 끝없는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식민주의 역사관의 세례를 받은 末松는 조선사편수회와
경성제대에서의 사료와 유적을 독점하며 식민지 지배를 위한 연구와 교육을 통해 한반도가 일본
의 지배를 받아왔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역할을 해왔다. 불행히도 그가 식민 지
배 시절 가르쳤던 제자들과 패망 후 일본에서의 제자들 중 많은 이들이 그의 학문 업적을 칭송하며
한일 고대사 전문가로서의 그의 재능을 인정해 왔다. ‘임나흥망사’는 末松가 그의 임나 관련 연구
를 집대성한 것으로 필생의 學業이 반영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임나흥망사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末松의 인식을 비판해 보고자 하였다. 임나 관련
역사를 처음으로 접하는 저자에게는 텍스트를 읽어 내는 것으로도 벅찬 일이었다. 이 걸음을 시작
으로 임나사 연구에 더 정진하고자 하는 다짐을 해본다.
고대 한일 관계사의 뜨거운 쟁점이 되어온 임나사는 사장되어도 좋을 비교적 논쟁의 여지가 없
는 것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여전히 뜨거운 이슈로 한일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거나 할 때 항상 제일
앞서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유로 왜곡하고 그 왜곡을
침략의 논거로 정당화하며 온갖 사료와 유물을 독점하며 다듬어 온 논지를 앞세워 실증에 입각한
근대성을 내세우는 배경을 인식하게 되면 이런 폭력적인 정치성이 실증으로 둔갑하여 온 고대사
연구 역사 앞에 기계적인 중립자의 입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료와 학술적 연구의 대
상물이 상대방의 의지로 은폐되거나 취사선택되어 온 상황에서도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계속되
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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