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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칼럼

역사전쟁과 러시아의 한국학 (박병환)

역사전쟁과 러시아의 한국학 


박 병 환 전 주러시아 공사 


현재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 사이에는 역사전쟁이 진행 중이다. 특히 상고사와 고대사에 관하여 세 나라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역사전쟁의 결과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해석을 넘어 현재 및 미래의 분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 2017년 7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사실 여부를 떠나 그가 단순히 옛날이야기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의 대국주의 사관과 일본의 식민사관은 한국사의 축소와 왜곡이라는 면에서 닮은꼴이며 구체적으로 고조선의 존재 부정, 고구려 역사의 축소 내지 왜곡 등에서 그러하다. 우선 일본에서는 한국의 역사는 중국의 식민지로 시작되었으며 고대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가 있었다고 여전히 주장하는 학자들이 상당수이다. 중국에서는 2002년부터 동북공정을 진행하여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켰다. 그동안 국내 비주류 학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상고사의 상당부분을 바로 잡고 복원하였으나 주류 강단사학계에서는 그러한 연구 성과를 수용하여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처하기 보다는 그들을 ‘사이비역사학’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은 사실상 설립 취지와는 반대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국사 교과서들은 고조선에 대해 삼국유사의 단군신화를 소개하고 나서는 건너 뛰어 위만이 왕이 되었고 얼마 뒤에 한(漢)나라의 공격을 받아 망했다고 간략하게 기술함으로써 고조선의 역사를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 학자들은 한국의 상고사 내지 고대사에 대해 제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접근해 왔다. 이미 19세기에 니키타 비추린(1777~1853)은 고조선의 존재를 인정하고 고조선이 한국사의 시초라고 하였다. 유리 부찐(1931-2002)은 ‘고조선은 1천 년간 중국의 지배를 받지 않고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켜 왔으며 한사군은 현재 한국 국경 밖에 있었다. 소위 기자동래설(箕子東來說)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한(漢)나라 때 사가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으로서 중국인들이 조선 영토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였다. 주류 강단사학계에서는 유리 부찐의 학문적 수준에 대해서 시비를 걸기도 하는데 그는 1986년에 고조선과 한국 고대사에 관한 연구결과를 모아서 동양학연구소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그)지부에서 국가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이전에 그의 저서인 <고조선(1982)>과 <고조선에서 삼국까지 한국(1984)>이 발간되었고 그 중에서 <고조선>은 한국어 번역판이 1986년 국사편찬위원회에 의해, 그리고 1990년에는 소나무 출판사에 의해 간행된 바 있다.


러시아 학자들은 상고사뿐만 아니라 고구려, 발해 및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만주에서 중국학자들이 한국학자들과 함께 고구려나 발해 유적을 발굴한 예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반면에, 러시아 학자들은 9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한국 학자들과 공동으로 연해주 지역에 있는 발해 유적을 발굴하여 왔다. 2007~2012년간 5차례에 걸친 크라스키노(발해 염주성) 유적 발굴이 대표적인 예이다. 2017년에는 극동지역 역사고고학 연구소 학자들이 인하대 고조선연구소가 주관한 학술회의에서 연해주 지역의 고려-조선시대 유적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고려와 조선의 북쪽 국경 문제와 관련하여 새로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처하는데 있어서 러시아 학자들이 우군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한국학, 일본학 및 중국학에 대한 관련국들의 지원 규모를 비교하면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소규모이다. 더욱이 해외 한국사 연구를 지원하는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러시아 학자들에게 강단사학계의 기본틀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 학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되 그들이 선입견 없이 객관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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