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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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있다. 묘향산은 비로봉(毘盧峯)(1,909m)을 주봉으로 하며 향로봉(1,599m), 법왕봉(1,391m) 등
이 병풍처럼 펼쳐져 그 산수가 매우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찰을 가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묘향산에는 360여 암자가 있었던 것으로 〈동국여지승람〉에 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시
조인 단군이 化生하였다는 단군굴이 있다. 이와같은 성격의 산들을 일컬어 명산 또는 神山으로 칭
하였는데, 이 명산으로 불린 산은 예사의 산들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과 주위의 환경들이 있었다.
예컨대 그 정상에 우뚝 솟아오른 바위가 있어야 하고, 또 정상에 널찍한 바위 내지 평지·동굴·옹달
샘 등이 있어야 하였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음으로 해서 그 산은 영험시 되고 외경(畏敬)
의 대상이 되었다. 묘향산도 이 명산들 가운데 하나였다. 신화 세계에 있어서는 신격과 인간, 천상
과 지상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우뚝이 치솟은 산봉우리, 즉 그 산의 정상이 하늘과 땅의 교류장소
로 생각되었는데, 환웅이 묘향산 정상에 내렸다는 것도 이와 같은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묘향산은 말하자면 신산으로서 신성, 영험시되던 신앙적 대상물로서의 상징성을 지녔다
하겠다. 요컨대, 고대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묘향산은 신화 특유의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표
적 성격을 띠고 있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묘향산 향로봉(香爐峰) 아래 만폭동(萬瀑洞)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폭포들이
만(萬)개나 있다고 하며, 향로봉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신시(神市)와 단군굴, 그 안에 단군사
(檀君祠), 그 아래에 단군대라는 바위가 있다. 다시 내려오면 자연동굴 금강굴이 있으며, 그 굴안에
금강암이 있다. 이 금강암은 임진왜란때 서산대사가 기거한 곳이라고 한다.
묘향산에 신굴이 있다(妙香山 有神窟)고 사서(史書)에서 얘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신굴(神窟)
은 묘향산 향로봉의 남쪽 기슭에 있는 바위동굴인 단군굴을 말한다. 63) 북한 자료에 의하면 너비
16m, 길이 12m, 높이 4m 되는 자연굴의 모습이다. 현진건은 《단군 성적 순례》에서, 높이가 네
길이 넘고, 전면(前面)의 넓이가 50척이고 깊이는 35척 가량으로, 웅장한 전각(殿閣) 한 채를 넉넉
히 들어 앉힐 만하다고 적었다. 또한 돌의 재질은 아름다운 화강석으로 녹색과 백색의 채색이 각양
각색의 선을 둘렀다고 감탄했다.
이러한 유서(由緖)깊은 묘향산 단굴암(단군굴)에서 계연수(桂延壽) 선생이 다섯가지 사서(史書)
를 옮겨 적어 합편하여 환단고기로 정명(定名)한 곳이기도 하다. 64) [태백유도선천(太白遺徒宣川)
계연수인경(桂延壽仁卿)은 서우묘향산지단굴암(書于妙香山之檀窟庵)하노라]
현대의 묘향산(妙香山) 단군굴 사진은 아래와 같다.
63) 金敎獻, 朴殷植, 柳瑾 엮음, 김동환 解題, 『檀祖事攷』(고양: 한뿌리, 2006), 88쪽.
64) 安耕田 譯主, 『桓檀古記』(대전: 상생출판개정판, 2016),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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