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국제학술문화제-정신문화 분과
P. 66
정신문화 분과
재보(遂積財寶), 솔십간십이지지신장(率十干十二支之神將), 여공공(與共工)·유소(有巢)·유묘
(有苗)·유수(有燧), 해지(偕至) 삼위산납림동굴(三危山拉林洞窟), 이입위군(而立爲君), 위지제
견(謂之諸畎), 시위반고하한야(是謂盤固可汗也)。
[국역] 이 무렵(환국말기)에 반고(盤固)라는 자가 있었는데 기이한 술법을 좋아하였다. [환웅(桓
雄)과는] 길을 달리하여 나아가기를 청하므로 [안파견 천제환인(天帝桓因)께서] 이를 허락하였
다. 마침내 재화와 보물을 싣고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의 신령한 장수들을 이끌고 공공
(共工), 유소(有巢), 유묘(有苗), 유수(有燧) 등과 함께 삼위산(三危山) 납림(拉林) 동굴에 이르
러 임금이 되니 이들을 제견(諸畎)이라 하고, 그를 반고가한(盤固可汗)이라 했다.
여기서의 반고(盤固)는 중국인들의 천지개벽(天地開闢)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반고(盤古)와는 한
자 이름이 다르고, 전해오는 이야기가 반고(盤古)와는 전혀 다름에 유의하여야 한다. 22) 환단고기
에서는 반고(盤固)는 환인(桓因)이 통치하던 환국(桓國)의 말기(末期)에 삼위산(三危山) 지역의 건
국 임금으로 나타나지만, 《산해경(山海經)》에서의 반고(盤古)신화는 삼황오제(三皇五帝)보다 수만
년 이전의 이 세상(世上)의 천지창조(天地創造)에 관한 내용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반고(盤古)는 수
만 년 전 천지창조를 했다는 중국신화의 주인공이고, 반고(盤固)는 환인(桓因)의 승낙을 받아 BCE
3897년에, 즉 환웅(桓雄)의 배달(倍達)건국과 같은 시기에 삼위산(三危山) 납림동굴(拉林洞窟)에
서 나라를 세운 사람이다. 그가 호기술(好奇術) 했다함은 그가 당시의 유능한 장인(匠人)[(대장장
이, 석수장이, 금속가공 기술자]이거나 무속인(巫俗人) 또는 제사장(祭司長)임을 의미할 것이다. 재
화와 보물을 싣고 갔다고 하니, 아마도 금속가공 기술자로 보이기도 한다.
앞의 두 기사(記事)에서 안파견 환인천제(桓仁天帝)는 환웅(桓雄)과 반고(盤固)를 동시에 나라를
세워 다스리게 한 바, 환인(桓仁)과는 천상(天上)에서의 일이 기록되어 있고, 반고(盤固)와는 지상
(地上)의 일만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반고(盤固)에 관한 이야기는 환단고기 전체에서 더 이상 나오
지 않는다. 이 좀 결맞지 않은 이야기는 天上에서의 환웅이 지상에 도착한 반고(盤固)와 동일인(同
一人)이었다고 보면 아주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서 환단고기에서 반고의 삼위산(三危山)은 지리적인 고유명사이지만 환국지말(桓國之末)
에 안파견(安巴堅)이 내려다 본 삼위태백(三危太白)의 삼위(三危)는 태백(太白)을 꾸미는 수식어임
이 분명하다. 만약 삼위태백(三危太白)의 삼위(三危)가 지명(地名)이라면 삼위산(三危山)에는 천제
환인[(天帝桓因)(안파견)]의 뜻에 따라 환웅(桓雄)과 반고(盤固)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同時)에 건국
임금이 되기 때문이다.
《서경(書經)》에서는 순(舜)임금이 삼묘족(三苗族)을 삼위(三危)지역으로 쫒아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환단고기의 반고(盤固)가 공공(共工) 등과 더불어 삼위산(三危山) 지역에서 나라를 세운 시기
는 순(舜)임금이 삼묘(三苗)족을 삼위산(三危山)으로 쫓아낸 시기보다 시대적(年代的)으로 1,600
22) 양동숙, 『한자 속의 중국신화와 역사 이야기』(서울: 주류성, 2017), 37~41쪽.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