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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 분과



                  「즐거운 학문: 우리 정신의 철학적 복원」에 대한


                                                      논평문





                                                                                                  윤병렬


                   「즐거운 학문: 우리 정신의 철학적 복원」(이승종 교수의 논문)은 한국의 학계(특히 역사학계와
                 철학계가)가 망각해버렸거나 방치해버린 한국 고유의 시원적 사유를 사료를 바탕으로 재발견하고

                 복원하려는 대담한 기획으로 보인다. 여기서 시원적 사유란 유불도(儒佛道)의 삼교가 전래되기 이

                 전의 우리 본래의 정신적 원형인데, 이런 시원적 사유를 찾아가는 노력은 한국의 역사학계가 앓고
                 있는 질병인 강단사학이나 실증사관 및 사대주의 사관이나 식민사관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더욱 참신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역사학계는 저런 질병 속에 허우적거리면서 정작 중요한 시원

                 사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경전도 전제되지 않는(필요없는) “선(仙)으로 표현되는 샤머니즘”(7쪽), “천지인(天地人)을 우주
                 의 기본원리로 하는 삼재론”(10쪽)에서 “신을 갖지 않은 중국문명”(10쪽)과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
                 보이는 단군사화(檀君史話), 각종 <동이전>에서 전하는 “즐거운 동이의 축제문화와 하늘에 제사하

                 는 문화(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삼한의 추수감사제 문화 등: 제V장 참조)에서 논

                 자(이승종 교수)는 지나(중국)의 유교문화(엄숙주의, 형식주의, 관념론)와 불교의 염세적 문화와
                 판이하게 다른 우리 고유의 시원문화를 밝힌다. 시원문화를 건립한 고대 한국인은 세상을 긍정하
                 고 불멸사상을 가졌던 것이다. 우리의 역사학계나 철학계는 이런 시원문화와 시원사유의 중요성

                 과 심각성을 알아채지도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보인다.

                   논자의 논지는 단군사화와 최치원의 시원정신인 접화군생(接化群生) 및 지나의 각종 <동이전>
                 에 드러난 내용을 중심으로 우리의 시원적 사유, 즉 “시원적 생명의 철학”을 찾아가는 여정을 전개
                 한다. 나아가 논자는 우리의 시원적 사유에 있었지만, 망각해버린 이 접화군생의 시원적 생명의

                 철학을 복원하여 “물질주의와 허무주의가 창궐하는 현대”를 극복하려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기획

                 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자 또한 이러한 여정을 꿈꾸어왔기에, 한없이 고무적인 논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여정은 매우 험난한 길로 보이는데, 그것은 우리의 역사학계와 철학계마저 망각하고

                 왜곡해버린 역사를 펼쳐 보이기 때문이다. 실로 우리는 우리의 고유한 시원사유를 갖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꺼리는 편인 반면, 한국의 고대철학이라고 하면 으레 중국으로부터 유래한 유교와

                 불교 및 도교를 전방에 세우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 학계의 분위기에 이승종 교수의 「즐거운 학
                 문: 우리 정신의 철학적 복원」은 일종의 태풍과도 같아 보인다.

                   논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유교도그마로 무장되어 있는 한국사회에 과감하게 “유교이성비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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