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국제학술문화제-가야사/환단고기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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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分國 과정을 논함 지양미
본 논문에서는 연구자가 제시했던 분국의 개념을 정의하고 분국이라 정의 할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을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각 부여의 건국 과정이 이에 부합되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북부여로부터 서부여에 이르는 각 부여의 건국 과정 시점으로 서
기전 3세기에서 서기 2세기 무렵이며, 공간적 범위는 현재의 요하를 중심으로 요서와 요동지역이
다. 남부여는 백제사의 범위이므로 본 논문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Ⅱ. 분국의 정의와 기원
1. 분국의 개념 및 조건
1) 분국의 개념
왕권 시대에 통치 권력의 변화는 특권층의 권력 탈취 또는 이웃 국가의 침탈로 합병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전자를 정치학에서는 쿠데타(coup d’État)라고 한다. 쿠데타란 국가에
대한 일격이며, 개인이나 집단이 폭력적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기습적인 행동이다. 다시 말하면 쿠
데타란 자각적으로 훈련된 지배적 세력의 일부가 이미 장악하고 있는 권력을 보다 더 강화시키기
위하여(친위 쿠데타), 또는 새로 정권을 탈취하기 위하여 동일한 지배세력의 다른 부분을 향해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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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 무력적인 수단으로써 기습을 강행하는 것을 말한다. 브리타니카의 정의에 의하면 고대
로부터의 궁정혁명(宮廷革命)도 쿠데타의 범주에 들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원래 궁정정치에 있어
서는 특권층 내부의 권모술수에 의하여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졌으며, 정치 실권자의 교체도 이른
바 궁정혁명(palace revolution)의 방식으로 행해졌다. 이러한 궁정혁명의 일반적인 특징은 지
배적 군주의 암살과 추방이 자행되었다는 점과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주제 그 자체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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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되었다는 점이다. 후자는 전쟁을 통해 무력으로 합병하거나 지배 국가의 제후국으로 전락하
는 경우이다. 전자나 후자 모두 물리적 압력과 유혈사태를 초래하여 저항 세력을 촉발하는 경향이
있다.
분국(分國)은 동양적 인식론의 바탕 위에서 형성된 평화적인 정권분리의 행태로 볼 수 있다. 집
안의 자녀가 장성하여 분가(分家)를 이루고, 종중의 지파가 분파(分派)하여 문중을 이루는 것과 같
이 왕실의 일부 세력이 기존 통치 권력으로부터 분리 · 독립하여 나라를 세우는 것을 분국(分國)이
라 정의 하였다. 건국에 관한 모든 과정은 평화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고, ‘부여’라는 국명을 계속
사용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열국시대에서 삼국시대로 변화하는 과정과 고려와 조선의 건국 과정
에는 많은 전쟁과 투항이 있었다. 그러나 부여는 평화적 방법으로 왕실이 분리되어 새로운 국가를
2) 지양미(2022), 41쪽.
3) 이극찬, 『政治學』(법문사, 1989) 228쪽.
4) 이극찬(1989), 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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