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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칼럼

서서히 스며드는 중국 문화공정

320억원을 투자한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첫 방영 4일 만에 역사 왜곡 논란으로 폐지되고, 드라마 빈센조에는 뜬금없는 중국 제품 PPL이 등장했다. 국내에 판매 중인 상품도 아닌데, 굳이 한국 드라마에 꾸역꾸역 PPL을 넣고 중국풍 소품을 배치하는 이유가 뭘까? 그 의도가 다분히 고의적이고 불순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17세 때부터 20대의 시간을 중국에서 보냈다.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인민대학에서 한어언문학(중국문학)을 전공했고, 해당 학교는 다수의 정치인과 기업인을 배출한 명문 종합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징둥그룹 류창둥 대표의 출신대학이기도 하다.

지성인을 배출해내는 손꼽히는 이 대학에서도 강의 시간에는 동북공정이 만연했고, 권위 있는 교수들도 "시진핑 최고, 중화인민공화국 만만세"를 외쳤다. 중국 인민 모두가 세뇌당한 것 같았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각종 외부 소식을 알 수 있는 매체는 철저히 차단되었고, 문맹률이 비교적 높은 중국의 인민들은 언론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만을 맹신하며 통제되었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대학 시절, 한창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영토분쟁 시기 일본인과 외모가 비슷하기 때문에 여권이 없으면 테러 당한다며 한국인 유학생들은 반드시 여권을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는 주의가 내려져 왔다. 언론은 계속해 일본의 만행을 보도했고, 중국 내 반일감정은 극에 치달아 일식집 유리창들을 몽땅 깨부수고, 일본 브랜드 자동차를 부쉈으며 일본인을 폭행했다. 이를 보며 처음으로 중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관치 언론의 무서움을 느꼈다.

중국회사 재직시절, 사드로 인해 중국 내 반한감정이 일었지만 다행히 이전의 한류콘텐츠 영향으로 반한 감정은 거세지 않았고, 중국 정부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인지 결국 한국 기업과 한류콘텐츠를 강력하게 제지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언론통제' 국가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말로 '언플(언론플레이)'을 매우 잘한다. 10년 넘게 중국에 살며, 인민을 자유자재로 통제하고 어떻게 세뇌시키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게 만드는 것인지 직접 경험했다. 언플에 능한 중국이, 왜 한국에 중국 제품을 PPL할까?

빈센조에 나온 PPL은 중국식 비빔밥이었다. 국내에 판매 중인 상품도 아닐뿐더러 한국전통 음식인 비빔밥을 중국어 가득한 인스턴트 용기에 내어놓았다. 중국에서 국민배우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송중기가 나오는 이 드라마는,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듯 국내 방영 중 혹은 방영 후 해외에도 송출이 된다. 중국옷을 입은 비빔밥은 자연스레 모든 수출 국가에 '중국 음식'이라고 은연중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조선구마사는 더 악랄하다. 조선시대라는 배경 설정을 해놓곤, 중국음식을 먹고 중국풍 의상을 입고, 중국식 칼을 쓰며 음악까지도 중국의 악기를 사용했다. 차라리 가상 인물과 가상의 시대를 바탕으로 한 퓨전사극이었다면 문제의 소지가 덜했겠지만, 실존 인물을 갖다 쓰고 특정 시대를 설정하곤 고증도 없이 중국풍으로 만들어버렸으니 오히려 중국의 문화공정을 위한 빌미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의 언플, 문화공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파고들고 있다. 우리 모두가 깨어있어야 한다.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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