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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칼럼

"선대 독립운동 발자취 찾다가 민족정신 높아졌다"

[인터뷰│신민식 자생의료재단 사회공헌위원장] "선대 독립운동 발자취 찾다가 민족정신 높아졌다"

신홍균(종조부), 대전자령전투 군의관으로 공 세워
신현표(부친), 간도 독립만세집회 사건으로 '옥고'
독립유공자 후손에 질환 치료·장학금 지원 지속

2020-04-09 11:44:29 게재

지난해 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전국적으로 자주독립 정신과 민족정기를 고취시키는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음에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지난 1일 수년간 선대 어르신들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찾아 활동하고 있는 신민식 자생의료재단 사회공헌위원장을 만났다.

신 위원장은 "집안 어르신들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찾아 2017년부터 한·중·일을 누비다 보니 잊혀진 민족역사의 한 페이지를 찾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신민식 자생의료재단 사회공헌위원장이 선친인 신현표 선생의 흉상 옆에서 사진 촬영. 사진 자생의료재단 제공


그가 찾은 선대 독립운동가 어르신은 작은할아버지인 신홍균 선생(한의사)과 부친 신현표 선생(한의사)이다.

신 위원장은 먼저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를 탐방했다. 이곳에서 대전자령전투 현장과 주민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또 중국 공산당 기관지를 열람해 두 선생의 독립운동 행적을 밟았다. 일본에서는 방위성, 외무성, 일본국립공문서관을 방문해 헌병일지, 경무대 기록, 당시 논문 등을 광범위하게 살폈다.

국내에서는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국민대 이계형 교수를 만나 신홍균 선생의 행적에 대한 역사적 자료 등을 함께 보고 행적을 맞춰나갔다. 또 백강 조경한 선생의 외손자인 심정섭 씨를 만나 대전자령전투에서 신홍균 선생의 활약상에 대한 증언도 확보했다.

대전자령전투 당시 상황을 게재한 중앙일보 1975년 4월 16일 지면. 사진 자생의료재단 제공

■ 어르신들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어느정도 확보했나

아버지 신현표 선생은 1924년 만주 장백현 제일 정몽학교 훈도(교원)로 1년간 재임했다. 정몽학교는 당시 독립군 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 학교 교사들은 모두 독립운동가였다.

신현표 선생은 북청군으로 돌아와 한의사로 활동했다. 그런데 1930년 일제가 간도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을 체포한 제3차 간도공산당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당시 광주 학생 항일 운동이 일어난 후 직후인 1930년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용정, 소오도구, 대동구 등 지역에서 수 천 명의 학생들과 농민들이 '일본 제국주의 타도!' 구호를 외치며 전개된 집회와 관련 있다.

이 사건으로 신 선생은 1930년 4월 21일 체포되어 취조를 받았다. 이 내용은 중외일보 1930년 4월 26일 지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신 선생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경성지방법원으로 호송되어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다. 이때 수감번호는 1679. 구체적인 내용은 선생이 남긴 월남유서(越南遺書)에 기록됐다. 역사학에서는 1∼3차 간도공산당사건을 독립운동 시위집회로 보고 있다.

신현표 선생은 해방 후 신광열로 개명했다.

작은 할아버지인 신홍균 선생은 1916년 원종교를 만든 독립운동가 김중건을 만나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김중건을 도와 독립군 대진단을 창설하기도 했다. 특히 1933년 6월 30일 대전자령전투에 참전해 공을 세웠다.

신현표 선생이 작성한 월남유서. 사진 자생의료재단 제공

■ 대전자령전투에서의 활약상이 흥미롭다

한국독립군 지청천 부대와 길림구국군 시세영 부대 연합군은 1933년 6월 25일쯤 동서검자에 이르렀다. 연합군은 일본 19사단 소속 간도파견군이 연길현으로 철수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3일간 100㎞를 행군해 28일쯤 대전자 북방 노모저하에 도착했다.

그런데 일본군의 도착이 연기되면서 연합군은 이곳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무릅쓰며 30일까지 매복해야 했다. 이때 한의사였던 신홍균 선생이 기지를 발휘해 매복지 주위에서 식용 버섯을 채취해 먹게 함으로써 독립군들은 배고픔과 추위에 지친 몸을 이겨낼 수 있었다.

30일 오후 1시쯤 일본군은 많은 장비를 끌고 대전자령 깊숙이 들어왔고 연합군은 일제히 사격을 퍼부었다. 연합군은 막대한 전리품을 획득하는 등 대승했다.

신 위원장은 "신홍균 선생이 약재에 대한 지식으로 버섯을 제공함으로써 독립군이 며칠을 버티면서 역사적인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당시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버섯은 독립군의 허기를 달래고 영양을 보충해 사기를 높이는데 충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홍균 선생이 군의관으로 활동했다는 관련 자료는 대전자령전투에 참여했던 백강 조경한 선생의 회고록 '백강 회고록'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자대첩'(조경한, 항일무력투쟁의 한 단면사, 1980, 91∼93쪽)에 "왕청현 대전자 깊은 골짜기에 飯塚(반총. 이즈카, 일본군 부대명)의 이리떼가 지난다기에 계유년(1933) 6월 동경성에서 정병을 이끌고 불원천리 달려갔네. 높은 고개, 험한 숲 넘고 헤쳐 수백 리 단장의 그 고초를 어찌 다 말을 하리요. (중략) 해와 달 뜨고 지기 세 차례이건만 기다리는 이리떼는 아직도 보이지 않네. 바닥난 군량은 굶주림을 더하고, 장맛비 차가움 뼛속에 스며든다. 검정버섯 따다가 소금 절여 먹어보니 요기도 되려니와 치풍도 된다누나. 어여쁘다. 이 기방 누구에서 나왔느냐. 그는 바로 군의관 신굴이다. (하략)"라고 기록됐다.

신굴은 신홍균 선생의 가명이다. 신홍균 선생의 가명은 국민대 이계형 교수의 논문과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일보 1975년 4월 16일, 26일, 29일 지면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코너 -상해임시정부 제45화 -에서도 신홍균 선생의 독립운동 활약상을 볼 수 있다.

■ 가문의 독립운동사를 찾아 나서면서 얻은 감회는

처음에는 집안의 독립운동사를 발굴해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에 뜻을 두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제가 말살하고자 했던 민족정기, 그리고 한의학 말살정책을 다시 보게 됐다.

일제는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요하기 위해 한의학의 제도적 지위를 박탈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의사의 독립운동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제 친형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이 발굴하고 재정립한 추나요법도 마찬가지다. 일제의 한의학 말살정책 이후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게 됐다.

신 이사장이 30년간 연구해 오면서 표준화 과학화에 힘을 쏟은 결과 지난해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잊혀진 민족 자산을 계승 발전시켜 국민 건강에 기여한 것은 한의사 독립운동가문 후손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자부한다.

한편으로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이 눈에 들어 왔다. 2017년부터 독립유공자 유족과 후손을 위해 의료지원과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약 3억원의 재단 기금으로 전국 21개 자생한방병원·의원과 독립유공자 후손 100명의 척추 관절 질환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또 독립유공자 후손의 학업과 생계를 돕는 '신준식 장학금' 1억원을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 의료인들이 매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의사들도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나설 수 있는 용기는 우리나라를 세운 '독립운동 정신'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계획은.

선친과 종조부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담은 평전을 내고 싶다. 아직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다. 서훈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사회공헌활동에 매진할 생각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선대의 희생이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난해까지 의료봉사로 4만3000명 환자를 치료했다. 앞으로도 복지 사각지대에 있거나 척추관절이 아파도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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