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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위안부'는 있지만 고구려·고려 없는 美교과서

[뒤끝뉴스] '위안부'는 있지만 고구려·고려 없는 美교과서

 

뒤끝뉴스-맥그로힐 교과서1     맥그로힐 역사 교과서 '전통과의 조우' (제3 개정판) 표지. 프랑스, 네덜란드 사람을 묘사한 일본 그림이다.

 

아시아의 두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갈등을 풀어보려는 미국의 중재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올 들어 미국 수도 워싱턴의 한국 특파원 사이에서도 역사문제가 주요 취재 거리로 떠올랐습니다. 대표 사례가 맥그로힐 교과서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뉴욕의 유명 출판사인 맥그로힐에듀케이션에 대해 이 회사가 내놓은 역사 교과서 ‘Traditions & Encounters: A Global Perspective on the Past (전통과의 조우: 과거를 보는 세계적인 사고)’ 내용 중 성노예 부분에 대해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자기들은 한국과 중국의 역사 교과서 수정 요구를 귓등으로 흘리면서, 정작 미국에게는 고쳐달라고 한 겁니다. 결과는 잘 아시다시피, 일언지하 거절이었습니다. 또 일본 외교관이 교과서 저자인 하와이대 교수를 찾아가 무례하게 행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언론에는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과 만행을 은폐하려는 아베 정권을 미국 학자들이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 알려지면서, 한국 사람 대부분은 맥그로힐 출판사와 교과서, 미국 역사학자들에게 친근감을 갖게 됐습니다. 기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궁금했습니다. 한민족의 불행한 역사를 제대로 기술한 이 책이, 우리 역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책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워싱턴 인근에서 가장 큰 쇼핑 몰인 버지니아주 맥클린 타이슨스몰의 ‘반즈 앤 노블’ 서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서가에 책이 없더군요. 결국 인터넷 서점을 통해 2000년대 중반 출판된 ‘제3 개정판’을 구입했습니다. 최신 개정판은 아니었지만, 문제가 됐던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설명이 그대로 들어있고, 목차를 보니 20세기 이전 역사는 ‘제3 개정판’과 이후 개정판 사이에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3 개정판’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지금쯤 사회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미국 성인들이 실제로 한국 역사에 대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이해하려면 이 책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200여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두꺼운 이 책은 인류의 기원부터 동ㆍ서양의 역사를 고대부터 불과 몇 년 전 현대사까지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고등학교 시절 제가 공부했던 세계사 교과서와 비교하면, 분량도 많고 세계 구석 구석의 역사를 소상하게 적어 놓고 있었습니다. 유럽인이 도착하기 전에는 문자로 적힌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오세아니아(호주ㆍ뉴질랜드ㆍ남태평양 제도) 지역의 이야기도 자세히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한반도에 관한 부분을 찾아 읽으면서 평범한 한국인도 알고 있는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적 내용조차 소개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세계 각 지역의 통사(通史)를 한정된 책에 담으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한국사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넘어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솥발처럼 일어서 만주를 주름잡고 중국 침략자를 물리쳤던 우리 민족 고대사가 송두리째 빠져 있는 게 특히 아쉬웠습니다. 이 책만 읽은 미국 학생들은 과거 한반도에는 남동쪽 귀퉁이에 신라만 있었을 뿐, 만주를 호령하고 수나라 100만대군을 물리친 고구려나 백제의 존재를 알지 못할 것입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맥그로힐 교과서가 ‘나당’(羅唐) 연합군이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뜨린 부분을 어떻게 적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당나라 군대가 한국 땅 대부분을 정복했다. 그러자 토착 국가 신라가 나서, 당이 한반도 전체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대응했다. 장기간의 소모전을 원치 않았던 두 나라는 정치적으로 타협했다. 당나라는 한국에서 철수하고, 신라는 당의 제후 국가를 자처했다.”

그나마 신라는 나라 이름이라도 언급이 됐으니 나은 편입니다. 11, 12세기 송(宋)과 거란(契丹) 사이에서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고려는 더욱 초라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강동6주를 얻어낸 서희 외교술,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은 당연히 없습니다.

거란이 한반도 북부를 지배했다는 설명도 거슬리지만, 당시의 동아시아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에는 아예 한반도가 여진족 금나라에 완전 정복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15세기 이후 동양사 부분에서는 한반도를 500년간 차지한 조선에 대해서는 언급이 아예 없습니다. 반면 일본역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막부(幕府) 시대부터는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세계사에서 한국과 일본이 차지하는 객관적 비중의 차이가 맥그로힐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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