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석암리 194호 유적 출토 낙랑 죽간과 바깥 및 안쪽 면 확대 사진, 구멍 세부 모습(왼쪽부터). 한국목간학회 제공 |
안경숙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지난 12일 동국대에서 열린 한국목간학회 정기발표회에서 “평양 석암리 194호 유적 출토 죽간을 정밀 조사한 결과, 표면에는 칠이 돼 있었고 문자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위 아래로 구멍이 뚫려 있고 2∼3단 정도 끈으로 엮었던 흔적이 드러나 편철된 죽간의 겉장 부분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안 학예사는 이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석암리 194호 출토 죽간 고찰’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평양 석암리 194호 유적은 평양시 낙랑구역 석암동에 위치한 기원전 1세기쯤 만들어진 귀틀무덤이다. 귀틀곽 내부에 3개의 목관이 남북 방향으로 잇달아 배치돼 있었는데 죽간편 1점은 2호 목관 중앙부에서 출토됐다. 이곳에선 다양한 명문이 새겨진 칠기 그릇, 벼루와 휴대용 벼루 케이스 등이 함께 발굴돼 당시 활발했던 문자 환경을 엿볼 수 있다.
죽간편은 1924년 발견 당시 길이 18.2㎝, 두께 0.2㎝이며 전체 길이의 4분의 1 정도가 유실된 상태였다. 안 학예사는 “이를 복원하면 길이 23㎝, 너비 1㎝, 두께 0.2㎝가 된다”며 “이는 표준 길이가 1척(한대의 1척은 23㎝ 전후), 너비가 1∼2㎝로 정해진 중국 한대 죽간의 표준형과 사이즈가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확대 사진 분석 결과, 2∼3곳에 끈을 묶었던 흔적이 관찰돼 1990년대 평양 정백동 364호 목곽묘(木槨墓)에서 출토된 논어 죽간처럼 편철된 죽간임이 확인됐다.
안 학예사는 “석암리 194호 유적 출토 죽간은 문자가 확인되지 않아 편철한 책서의 표제(제목)를 적는 부분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표면에 칠이 돼 다른 죽간과 달리 오래 남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안 학예사의 논문은 최근 발간된 국립중앙박물관 ‘고고학지’ 제18호에 실렸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선 지난 2012년 충남 부여군 쌍북리 184의 11 소방파출소 신축부지에서 확인된 목간 2점도 소개됐다. 심상육 부여군문화재보존센터 선임연구원은 ‘부여 출토 문자자료 신출 보고’란 제목의 발표에서 이곳에서 출토된 목간 2점 가운데 1점의 전면부에서 ‘근지수자(近止受子)’로 판독되는 묵서(墨書·붓글씨)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묵서가 확인되는 목간은 잔존 길이 10.1㎝, 너비 2.45㎝, 두께는 0.3㎝ 이하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