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대한사랑 2025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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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을 지 1,360여 년 전의 황산벌을 뒤덮은 자욱한 흙먼지와 병사들의 발
             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계백, 장군의 길

               장군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어땠을까? 조선 초기의 성리학자 권근은 계
             백장군이 전장에 나가기도 전에 처자를 죽인 것을 비난하며 혹독한 평가

             를 내렸다. “비록 국난에 반드시 죽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힘껏 싸워 이
             길 계책은 없었던 것이니, 이는 싸우기 전에 먼저 사기를 잃고 패배를 부르
             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 안정복은 권근
             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계백은 전쟁터에 나갈 때 나라는 반드시 망할 형세에 있었고 몸은 반드시 죽을 결

               심이 있었다. 대체 장수가 되는 도(道)는 무엇보다도 내 집과 내 몸을 잊은 뒤라야
               사졸(卒)들의 죽을 결심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니, 만약 조금이라도 내가 먼저 살고자

               하는 마음을 둔다면 군심(軍心)이 해이 되어 각각 제 살 궁리와 처자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법이다. 이것이야말로 더없이 사기를 저상(沮喪)시키는 것이다.
               권(權) 씨는 계백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또한 병법도 몰랐었다.”


























                                                     박물관 2층 <황산벌 10인의 인터뷰>
                                                     왼쪽부터 김유신, 관창, 당나라 소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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