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대한사랑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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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며, 천신의 뜻을 읽고 받들어 인간 세상을 통치하는 사람 ‘천자
(天子)’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임금님은 하늘과 소통하는 예식, 천제를
주관하는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전통으
로, 이는 천제(하늘에 올리는 제례)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았을 때부터 계승
되어 왔습니다.
앞서 간략하게 말씀드렸지만, 청동기는 처음 거푸집에서 나오면 푸
른 빛깔이 아니라 ‘황금빛’입니다. 수많은 고조선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다량의 청동단추 출토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수백 개의 황금빛 단추들
로 온몸을 뒤덮은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가슴에 청동거울을 달고 태양이 높게 떠오른 날
하늘에 천제를 올리면 그 인물은 거울과 청
동단추가 반사한 빛으로 온몸이 번쩍거
립니다. 마치 태양신이 이 땅에 내려온
모습입니다. 태양신의 현신이며, 빛의
제사장으로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제
천금인이 되는 순간입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수많은 황금유
물이, 신라 고분들에서 나온 황금 왕관
과 각종 황금 장신구들도 같은 맥락입
니다. 이러한 제천금인의 전통은 무속에
서 명맥이 이어오고 있는데, 지금도 민
간의 무당(샤먼)들이 굿을 하고 제를 올리
거나 굿 당을 꾸밀 때 청동거울이 빠지지
않습니다. 브리야트 샤먼의 사진을 보면
크고 작은 수많은 청동거울을 온 몸에 매
달았습니다. 이것이 제천금인의 전통이 무
속으로 전해진 흔적입니다.
브리야트 샤먼의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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