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대한사랑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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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조선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경기전은 중앙에 태조어진을 모신 정전이 있고, 동쪽으로는 『조선왕조
                                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가 있으며, 서쪽으로는 태조어진을 수호하고

                                제사를 지냈던 부속 건물들이 있다. 또한 북쪽으로는 조선 왕실의 시조 사
                                당인 조경묘가 있으며, 그 옆으로 태조어진의 역사를 담은 어진박물관이

                                있다.
                                  정전은 제례를 위한 공간으로 그 뒤쪽에는 어진을 모셨던 정청이 있고,

                                그 앞에는 제례를 모시는 정자각이 있다. 정전의 입구까지 돌을 깎아 만든
                                가운데 길은 왕의 혼령이 드나드는 길이고, 좌우의 길은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향을 들고 지나다니는 길이다.
                                  재밌는 점은 정전 앞에 항상 물이 고여있다는 점이다. 만약 누군가 이
                                맑은 물에 무엇이 있는지 호기심에 들여다봤는데 웬 험상궂은 괴물이 보

                                인다면 깜짝 놀라서 도망가지 않겠는가.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물의 특성
                                상 화마가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놀라 도망가길 바랐

                                던 선조들의 묘안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 맑음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했
                                음은 물론이거니와 한겨울에도 얼지 않도록 밤새도록 계속 물을 저어줘야
                                했던 누군가의 수고와 정성이 애달프게 감사하다.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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