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월간 대한사랑 3월
P. 55
2024. 03
군인 예복에 담긴 꽃 문화
송나라 서긍은 1123년에 고려에 사신으로 와서 한 달 간 체류했던 체험을 바
탕으로 『선화봉사고려도경』이라는 견문록을 남긴다. 이 기록에도 고려의 꽃 문
화가 있다.
금꽃으로 장식한 높은 모자(金花高帽)는 거의 2자에 이른다.
(『고려도경高麗圖經』 권11, 의장대1 중)
신호좌우친위군(神虎左右親衛軍)도 구문금포에 도금한 띠를 띠며,
금화대모(金花大帽 금화로 장식한 큰 모자)를 썼는데 ….
용호좌우친위군장(龍虎左右親衛軍將) 또한 … 모두(帽頭)의 뿔을 꺾어 올려서
오른쪽으로 조금 굽게 구부렸는데, 금화(金花)로 장식하였다.
흥위좌우친위군(興威左右親衛軍)은 붉은 무늬의 비단을 입었는데,
옷깃에 점점이 오색 모양의 꽃송이로 장식하였으며 ….
고려 왕성(王城)의 장위(仗衛 의장과 호위)에 대한 설명인데, 상급 군인은 금화고모
(金花高帽)를 썼다고 했다. 『고려도경』에는 군인의 등급에 따라 모자나 옷깃, 요대,
의상 등에 꽃이 장식된 것으로 나온다. 상급 군인은 금화를 모자에 장식하고, 하
급 군인은 오색 꽃이나 둥근 꽃을 의복에 그리는 등으로 차이는 있지만, 군인의
예복에 대부분 꽃이 장식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외국 사절이 왔을 때 영접하기 위한 의장대의 모자나 군복에 꽃이 가득 장식되
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최고의 환대를 하는 의상에 꽃이 있다는 것은, 고려인들
이 귀빈을 영접할 때 꽃을 최상의 상징으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신은 빛나는 꽃과 같은 사람입니다.”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꽃과
같은 것이 아니라, “당신은 본래 꽃처럼 빛나는 ‘빛의 인간’입니다.”라는 상징이
지 않았을까?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