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월간 대한사랑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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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빛꽃 문화②




                       고려와 빛꽃 문화







                                                                          글 권정심 기자

              꽃 문화는 한민족 문화의 오랜 전통이다. 고려 시대 꽃 문화를 더 살펴보자.



              국왕이 편차(便次)에 들어갔다가 잠시 후 나와 좌전(坐殿)하면 근시관(近侍官)이
              함에다 꽃을 받들고 … 승제원(承制員)이 꽃 한 가지를 취해서 태자에게 주고 태
              자가 꽃을 받들고 꿇어앉아 올리면 음악이 시작된다. … 승제(承制)가 꽃을 취
              해 올린 것을 국왕이 손수 하사하면 음악이 시작되고 태자가 머리에 꽂기를

              마친 다음 머리를 숙이고 엎드렸다가 물러나 꿇어앉으면, 공·후·백·추밀이 차
              례로 나아가 꽃을 받는다.(『고려사』 권69, 상원 연등회 의식 중 대회일(大會日)에 국왕이 좌
              전(坐殿)하는 의례)



              충목왕 3년(1347년) 10월에 김인관이 3장(三場)에서 연달아 으뜸이었으므로 말
              과 붉은 가죽띠를 하사하고, 금으로 만든 꽃으로 꾸민 모자를 쓰는 것을 허락
              하였다. 왕이 친히 홍패(紅牌)를 하사하여 총애함이 더욱 두터웠다.(『고려사』 권74,

              지(志) 권제28, 과목2 중)


              위의 기록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연등회 의례의 중심에 꽃이 있다는 것이다. 꽃
            을 받드는 것으로 의례가 시작되고, 꽃을 하사하면 음악이 시작되고, 신하들이

            왕에게 차례로 꽃을 받는 것이 인상적이다. 연등회는 등에 불을 밝히는 행사인
            데, 등이 아니라 꽃이 의례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현종이 강감찬에게 머리에 직접 꽃을 꽂아 준 것처럼, 김인관도 금으로 만든

            꽃으로 꾸민 모자를 썼다고 되어 있는데, 왕이 허락한 것으로 나온다. 금화모(金
            花帽)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왕의 허락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최고

            의 영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근시관 : 왕을 가까이에서 모시던 고려시대 벼슬아치, 주로 종3품 이상의 고위 관료들.
            • 좌전 : 왕이 자리 잡음
            • 편차 : 나라에 행사나 의식이 있을 때 임금이 머물러 쉬도록 설치한 자리.
            • 홍패 : 과거시험 합격 증서.
            • 승제 : 왕의 명령을 전달하던 정3품 벼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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