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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칼럼

[월간 대한사랑 인터뷰] 남원에서 만난 의인(義人), 양경님





지금까지 봉사와 역사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해요.

아버지께서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셨고, 집안 형편도 많이 어려워 중학교를 갈 수 없었어요. 그때 근처에 있던 군부대에서 청소년을 모아서 야학을 운영했는데 사병들이 낮에는 근무하고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공부를 가르쳐줬어요. 저는 그 중에 한 명이었어요. 집에서 어머니께서 개들만 왔다 갔다하는 개구멍으로 아버지 몰래 책 보따리를 쓱 넣으면, 제가 집 밖에 나가 뺑 돌아서 보따리를 찾아서 야학을 갔어요. 그리고 농삿일을 해야 되니까 보따리를 들고 산으로 가서 바위 밑에서 시험공부를 해서 검정고시를 합격했어요.

이제 고등학교를 다녀하는데 집에서 중학교도 안보내줬는데 어떻게 고등학교를 보내주겠어요? KBS남원방송 <오늘을 산다> 프로그램에서 크리스마스 전날 후원자를 모집하는 방송을 했는데 일반 후원자가 안나타났어요. 그랬더니 그 부대에서 중학교 과정은 사병들이 해줬으니 고등학교 과정은 우리 장교들이 하자!’ 그래 가지고 장교들이 남원여고 3년간 학비를 대줬어요.

19,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에 부대의 사단장님이 직접 축하하러 오셨어요. 선물도 주시고, 시골에서 잘 먹어보지도 않은 돈까스도 사주셨는데 제가 물어봤어요.

"이 은공을 어떻게 갚아야 됩니까?"

니가 사회인이 돼서 돈이 있으면 돈으로, 기술이 있으면 기술로, 시간이 있으면 시간으로 사회에 환원하면서 살어라.” 

그때 그 분이 하신 이 한마디가 제 인생을 이렇게 만들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역사 활동은 뭔가요?

2000년부터 만인의총 국가관리 승격운동을 시작했어요. [5.18민주묘지]도 금산 [칠백의총]국가관리인데 만인의총은 도관리였거든요. 2016년도에 국가관리로 승격시켜서 이제는 제관이 도지사에서 대통령(문화재청장이 대행)으로 바뀌고, 그만큼 위상이 높아졌어요.

그리고 지난 212,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과정에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조성한 가야 정치체의 명칭을 일본서기에 나온 지명인 기문으로 신청했어요. 정부가 대외적으로 기문이라는 용어를 쓴 건 전라도가 일본 속국이었음을 자인하는 통탄할 일이죠! 그동안 기문 삭제 운동을 강력히 해왔고, 그 결과 문화재청에서 지난 236월에 기문운봉고원 일대의 가야 정치체로 수정한 국가의견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23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서기』 지명인 '기문'과 '다라'가 최종 등재문에서 삭제됐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가 없어요^^  

 

일본 교토에 있는 만인의사들의 코무덤 봉환을 위한 노력도 하셨다던데요?

만인의총도 국가관리로 승격되고, 만인공원도 조성이 되고 일본 교토에 있는 코무덤 하나가 남았잖아요, 코와 귀가 잘려서 적국의 땅에 묻혀있는 경우는 세계사에 없대요.

얼마나 고국에 돌아오고 싶을까?’ 교토 코무덤에 가보면 봉분 위에 돌멩이를 얹어놨어요. 돌 치워라, 돌 치워라. 봉분 위에 돌 치워라. 먼 남원 땅 엄니 곁에 가리라.’ 이한꽃 교수님(한얼문화연구소 소장)이 지은 [코무덤] 시를 들으면 남원시민들은 다 울어요. 우리 고향의 음식도 분명히 먹고 싶을 것 같아서 일본에서 사지 않고 여기 남원에서 손수 다 만들어서 박스에 숨기고 가서 몰래 제를 지냈어요. 2018년부터 한 3년을 지냈는데 코로나 이후로 못갔어요.

그리고 일본에서 교토에 있는 문화보존과장과 간담회를 했어요. 우리는 남원시민 자격으로 갔는데 이건 교토시와 남원시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와 국가의 문제라는 답변을 들었어요. 이 일은 진짜 국가가 나서서 빨리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되고요, 코무덤을 이장해오는 일을 외교부와 하고 싶었는데 전라도 천년사 문제가 터진 거에요. 그래서 지금 그게 먼저에요.

 


전라도 천년사에 대해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는지, 계기가 있을 거 같아요.

남원신문 창간 30주년 기념으로 이덕일, 이매림 선생님 두 분이 남원으로 오셔서 강의를 하셨는데~ 그냥 머리가 딱 서는 거에요! ‘만약 우리 아버지 이름이 따로 있는데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일본식 이름을 누가 주장하면 그럼 가만있을 거에요? 이거 안되겠다!’ 그래서 사람들을 모아서 남원은 기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했어요. 20217월말에 강의를 듣고 그해 82일에 성명서를 발표했던 거죠. 남원에서 제 장점이라면 그거에요, 듣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다 필요 없는 거잖아요.

 

역사전공자가 아닌데도 움츠러들지 않고 과감히 행동하는 비결이 뭔가요?

저는 행동력을 보이는 게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해요. 역사전공자들은 내용을 우리 지역민들에게 가르쳐줬잖아요, 논거를 제시하고 원전까지 다 보여주면서 증명을 해줬어요. 그러면 최소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잖아요. 역사학자들이 할 일이 있고, 저 같은 지역민들이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상식적으로 판단해보고 이게 옳다고 생각하면, 내가 사는 지역인데 지역 문제는 지역민들이 나서야죠! 지역에 전파를 해서 공감을 하고 같이 행동으로 보여줬을 때 효과가 난다고 봐요.




전라도 천년사 바로잡기 활동으로 지난 5월에 일주일간 전북도청 현관 앞 잔디밭에서 노숙하며 철야농성을 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꼽자면요?

전북도청은 시위를 하면 아예 문을 잠가 버려요. 청원경찰들이 안에 있는데 원숭이 보듯 하고 문을 딱 걸어 잠구더군요. 덕분에 새벽에 화장실을 실외로 가야했어요. 물론 5월이라도 아직 날씨가 추웠고 비바람도 심했지만 그건 필수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생리적 욕구를 그렇게 행정적으로 막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전북도지사는 면담을 안해주고 있답니다.



전라도 천년사를 비롯해서 역사에 관심 있고 역사를 사랑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뭘까요?

자원봉사자들 데리고 독거노인 집엘 가면 바퀴벌레가 바퀴벌레를 파먹고 있어요. 그런 집 가보면 진짜 미칠 거에요, 사람이 어떻게 사는가 할 정도의 집을 수 없이 많이 가봤어요. 봉사자들이 코를 막고 어떡해...” 하고 있어요. 제가 제일 먼저 고무장갑 끼고 여기서 제일 안하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화장실~! 그럼 화장실 청소를 제가 딱 해요. 나중에 밥 티를 주워 먹을 정도로 빤질빤질하게 해놓고 나면 제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가 없어요.

우리 집에서 아무리 좋은 향기를 풍긴들~ 옆집의 악취를 못당해요! 내 아파트에서 내가 아무리 좋은 향수를 뿌려도 옆집의 썩어 문들어진 것들을 제압을 못해요, 악취가 향기를 제압해버리죠. 우리 사회는 철저하게 사각지대를 잘 보살펴야지 향기가 드높아진다!’ 이건 현장에서 제가 터득한 거에요.

역사도 마찬가지에요. 우리 전라도 천년사도 고대사 부분을 정확히 보려고 노력을 해야 되요. 그런데 안하잖아요. 역사학계도 민족사학자하고 강단사학자들이 싸움이 붙었는데 누가 사이비인지는 나중에 지나놓고 보자 하는 식으로 물러나버려요. 그럼 옆집에 있는 바퀴벌레가 과연 우리 집으로 안올까요? 중요한 사실은, 이 더러운 곳을 치워야 냄새가 안난다는 거에요. 저는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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